사진작가 노세환 전시회
붉은 사과가 흘러내린다. 사과 위에 시럽을 끼얹은 것일까? 눈부신 광택이 보는 이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실험적인 사진작업을 하는 젊은 작가 노세환이 서울 청담동의 표갤러리 사우스에서 ‘Melt down-Concrete Reappearance of Delusion(환영에 대한 구체적 재현)’이란 타이틀로 전시를 개막했다.
노세환은 대학 졸업 후 영국으로 유학을 떠나며 작업이 크게 변모했다. 한동안 시도였던 거리풍경 사진에서 벗어나, 새롭게 변화한 작업세계를 보여주고 있는 것.
전시에 출품된 사진들은 모든 대상물이 녹아서 흘러내는 듯한 모습을 하고 있다. 허공에 떠있는 사과, 바나나와 의자, 테이블 위 파프리카 등은 달콤한 설탕시럽이 끼얹어진듯 액체가 끝없이 녹아내린다.
사물이 녹아 흘러내리는 듯한 연출은 사물에 끼얹어진 흰색 페인트 때문이다. 그러나 사진을 보는 이들은 그 사실을 모르기 때문에 물체들이 녹아내린다고 믿는다. 노세환은 이 같은 대중의 통념을 비틀며, 우리가 믿고자 하는 것이 때로는 진실이 아닐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조작’이 아닌 실제를 통해 작가는 이러한 대중의 통념에 도전하고자 하고 있다. 우리의 일상 속 실재와 대중이 인지하는 이미지 사이의 간극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이다.
전시에는 20여점의 사진이 출품되며, 영상설치 작업도 만날 수 있다. 런던 Slade School of Fine Art를 졸업한 노세환은 한국을 비롯해 파리, 도쿄, 베이징에서 개인전 및 다수의 단체전에 참가해왔다. (02)511-5295
이영란 선임기자/yr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