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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로송 아닌 애로송입니다”
엔터테인먼트| 2012-08-21 11:34
앨범100만장 넘게 판 밀리언셀러
고속도로 언더 음악계의 이효리

‘비아그라 타령’ ‘묻지마 관광’…
가사는 노골적이기보다 해학적
“제목만 보고 저급 취급?
그 이중적 마음이 더 야한것”


지난 18일 오디션 프로그램 Mnet ‘슈퍼스타K4’에 출연해 ‘애로송’으로 화제를 모은 정희라(51·사진)는 ‘밀리언셀러’ 가수다. 2005년 당시 집계한 판매고만 100만장이 넘는단다. 가수라면 누구나 꿈꾸는 판매고지만 시중에서 정희라의 앨범을 구경했다는 사람은 드물다.

정희라의 앨범은 대부분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소비되기 때문이다. 아는 사람만 알고, 듣는 사람만 듣는 ‘고속도로 메들리’. 2001년 1집과 2집 동시 발매라는 기상천외한 방식으로 데뷔한 정희라는 ‘애로송’으로 자신만의 영역을 개척해 왔다. 고속도로라는 독특한 언더그라운드 음악세계에서 정희라는 이효리 뺨치는 슈퍼스타다.

정희라는 자신의 노래를 ‘에로송’이 아니라 ‘애로송’이라고 강조했다. ‘애로’는 한자로 ‘사랑 애(愛)’와 ‘길 로(路)’를 의미한단다.

그러나 ‘애로송’을 불편하게 여기는 사람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지금도 포털사이트에 기사가 오르면 ‘애로송’보다 뜨거운 ‘악플’이 줄을 잇는다.

‘비아그라 타령’ ‘묻지마 관광’ 등 직설적인 제목에 가려있지만 정희라의 노래가사는 생각보다 덜 야하다. 

사진=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정희라의 노래 가사는 노골적이라는 표현보다 해학적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터널만 들어가 봐라 시동이 꺼져버리는 걸. 차만 크면 무얼 한다냐’는 ‘에쿠스와 라보’의 가사가 주는 해학과 하룻밤 내어주기를 거부한 야박한 훈장에게 ‘선생내불알(先生來不謁:선생은 나와서 쳐다보지도 않네)’이라고 일갈한 김삿갓의 해학의 차이를 구별하긴 어렵다.

그는 “제목만 보고 저급으로 취급하는 사람의 이중적인 마음이 더 야한 것”이라며 “자신들이 대놓고 말하지 못하는 성에 대한 이야기를 대신 노래로 풀어주는 것에 대해 대리만족을 느끼는 팬들을 보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애로송’은 공중파에서 들을 수 없다. 공중파 출연 섭외를 못 받아본 것은 아니다. 그러나 늘 ‘애로송’을 불러선 안 된다는 단서가 달렸다.

정희라는 “ ‘애로송’ 없인 출연도 의미없다”며 미련없이 포기했다.

정희라는 최근 ‘누구세요’라는 트로트 곡을 발표했다. 구수한 사투리가 감칠맛 나는 곡이지만 ‘애로송’과 비교해 평범하다. ‘애로송’만으론 출연할 수 있는 행사에 한계가 있었기 때문에 선택한 고육지책이다.

정희라는 “ ‘누구세요’가 성공하면 그동안 발표한 ‘애로송’도 더 많이 알려질 것 아니냐”며 “앞으로도 ‘애로송’을 계속 부르고 싶다”고 소망을 밝혔다.

정진영 기자/12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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