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기훈 기자]2002년 한국의 노무현과 2008년 미국의 버락 오바마, 둘의 공통점은 누리꾼의 지지를 등에 업고 각각 대선에서 승리했단 사실이다. 팽팽했던 균형을 깨고 승리의 저울을 기울게 만든 것은 젊은 세대의 결집된 투표였다.
인터넷과 휴대폰, SNS가 광범위하게 확산된 오늘날 네트워크 세대가 선거의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종우 미국 시러큐스 대학 맥스웰 대학원 정치학과 교수의 ‘소셜 정치혁명 세대의 탄생’(전미영 옮김/부키)은 ‘킹메이커’로 급부상한 젊은 세대에 대한 분석을 시도하고 있다.
정치에 무심하고 개인문제에만 골몰하는 듯 보이는 젊은 세대들은 어떻게 응집력을 발휘할 수 있었을까? 무엇보다 그 배경엔 신네트워크 정보기술이란 토대가 있다. 저자는 새로운 네트워크 공론장을 토크빌이 미국에서 목도한 풀뿌리 민주주의의 실험에 견줄 만큼 높이 평가한다.
휴대폰과 인터넷 사용에 익숙한 젊은 세대는 그들 스스로가 “걸어 다니는 개인방송국이요 신문사”가 되었으며 대중매체의 일방적인 게이트 키핑으로 배제된 다양한 의제들도 주류로 부상할 수 있게 되었단 것이다. 요컨대 ‘빅 브라더’의 영향력은 약화되고 ‘리틀 시스터’들이 각개약진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또한 근본적으로 네트워크 공간은 다수가 권력을 소유하고 행사한다는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에 가장 충실한 공간이다. 저자는 통신기술의 혁명으로 인한 정보화 정치를 “정치권력의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혁명적인 변화”이자 거스를 수 없는 흐름으로 평가한다.
저자의 이 같은 분석은 올드 미디어에 익숙한 노회한 보수주의자에겐 얼마간 ‘불편한 진실’로 다가올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다가오는 선거에 있어서 인터넷의 중요성과 네트워크 세대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질 것이란 전망만큼은 누구도 쉽게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kihu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