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李대통령과 단독회동, 박근혜 득·실은
구체적 성과 미흡·차별화엔 반감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의 회동은 박 후보에게 득일까, 실일까.
박 후보는 지난 2일 회동을 통해 민생을 챙기는 모습을 부각시키며 대선주자의 이미지를 다졌고, 임기 말 레임덕 현상(임기말 권력누수)에 빠진 대통령과 화합하는 모습을 통해 여권 내 화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노렸다. 하지만 회동의 실질적 성과가 미흡했을뿐 아니라, MB정부와 차별화를 노리는 박 후보에게 불리한 ‘이명박근혜’ 프레임을 강화했다는 부정적 평가도 나왔다.
▶MB와 화합무드…당내 갈등 해소, 보수층 결집 노려=이날 회동이 갖는 가장 큰 의미는 여권의 화합이다. 역대 대선을 앞두고 대통령 탈당과 여권의 분열은 거의 공식처럼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이번에는 박 후보가 먼저 회동을 제안하고 화합의 제스처를 취하면서 보수층의 결집을 노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 임기 말 레임덕에 휘청이는 현직 대통령과도 화합하겠다는 뜻을 피력, 자신이 강조한 ‘국민대통합’ 의지를 공고히 한 측면도 있다.
양승함 연세대 교수는 “일종의 집안단속을 통해 보수층의 결집을 노리고 안정적인 지지율을 끌고갈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새누리당 한 관계자도 “기존 여권 후보들과의 차별성을 보여줬던 회담”이라며 “현 정부와 각을 세우기보다는 함께 가면서, 취할 것은 취하고 버릴 것은 버리겠다는 뜻이 담겨있다”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의 2일 회동을 둘러싸고 득과 실에 대한 논란이 한창이다. 박 후보는 여권화합의 메시지를 분명히 보냈으나, 향후 선거에서 정권심판론이 제기될 가능성도 높다. 정희조 기자/checho@heraldcorp.com |
이와 함께 박 후보로서는 당내 비박(非朴)진영의 화합을 손쉽게 이끌어낼 수 있는 부수적 효과도 거둘 수 있다. 총선 과정에서 갈등의 골이 깊어진 비박 진영을 자연스레 끌어안으면서 ‘집안단속’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구체적 성과 미흡…‘이명박근혜’ 프레임 강화=하지만 정권 말기 친인척 비리로 지지율이 바닥을 치고 있는 이 대통령과 만남 자체에 별 도움이 안 될 것이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현 정부에 대한 실정론의 불씨가 박 후보에게 옮아 붙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이명박근혜’ 프레임을 강화시켜 박 후보만의 차별화된 이미지를 희석시키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됐다. 친박계 한 의원은 “표를 의식한다면 MB를 만나는 것이 도움이 되겠느냐”고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번 회담을 놓고 ‘정치적 중립성 위반’이라는 비판도 쏟아졌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임기 말 후보와 현직 대통령의 회담은 정치적 중립성 위반 시비에 휘말릴 수 있다”며 “정책적인 합의나 성과를 내놓지 못하면서 ‘일단 만나고 보자’는 식의 이번 모임은 득보다 실이 많았다”고 지적했다.
이해찬 민주통합당 대표는 “둘이 만나서 무슨 이야기를 하겠느냐. 박 후보는 이 대통령에게 도와달라고 요청할 것이고 이 대통령은 꼭 당선돼서 우리 민주당을 진압하라고 이야기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3일 종교계 지도자를 잇달아 예방해 대통합 행보를 이어간다. 박 후보는 이날 오후 조계종 총무원장인 자승 스님과 한국기독교총연합회장인 홍재철 목사, 천주교 정진석 추기경을 차례로 만나 면담할 예정이다. 하루에 몰아서 종교계 인사를 방문하는 것은 종교편향 논란을 의식한 측면도 있지만, 국민대통합이란 화두를 강조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조민선 기자>
/bonjod@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