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일반
내곡동 수사 ‘특별검사’ 문재인 추천에 달렸다
뉴스종합| 2012-09-21 11:49
“위헌소지 있지만 여야합의 고려”
李대통령 특검법안 전격 수용
여야 모두 일단 긍정적 반응

특검기간 대선정국과 맞물려
이르면 11월말 이전 1심 판결
임기말 권력누수 가속화될수도



이명박 대통령이 국회가 제출한 내곡동 특검법안을 전격 수용했다. 위헌 소지가 있지만 거부할 경우의 파장을 감안, 정치적 판단에 따라 수용한 것이다.

이에 따라 헌정 사상 최초로 야당이 추천하는 특별검사가 대통령 직계가족과 청와대에 대한 수사를 하게 됐다. 추천권은 민주통합당 당권을 넘겨받은 문재인 대통령후보가 사실상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21일 청와대에서 국무위원과 참모들이 전원 참석한 가운데 임시국무회의를 열고 ‘이명박 정부의 내곡동 사저부지 매입의혹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을 통과시켰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특검 추천권자가 고발자와 동일한 민주당이어서 위헌적 요소가 있다는 의견이 있었지만, 여야 합의로 통과된 법안이고 수사 대상이 대통령 직계가족과 관련된 사안의 특수성까지 고려해 특검 수용을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내곡동 특검법안은 이날 공포와 함께 즉각 시행된다. 이에 따라 특별검사는 앞으로 최대 45일 동안, ▷청와대가 내곡동 사저 부지를 매입하면서 국가는 더 비싸게, 아들 시형 씨에게는 더 싸게 구입해 국가에 손해를 끼쳤는지(특경가법상 배임) ▷실소유주는 이 대통령이면서 명의만 시형 씨로 해서 부동산실명제법을 위반했는지를 집중 수사하게 된다.

특히 특별검사 활동기간이 대선 정국과 맞물리는 데다, 수사결과가 늦어도 11월 말까지 나와 여야 간 치열한 정치공방이 예상된다. 또 수사결과에 따라 이 대통령의 심각한 권력누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민주당은 현재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시절 검찰 출신들을 물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법은 1심 법원은 공소제기 후 3개월(2, 3심은 전심의 판결선고일로부터 각각 2개월) 내에 결론을 내도록 정하고 있다. 따라서 1심 판결은 이 대통령의 임기 내에 이뤄질 수도 있다.

이 대통령의 이날 결정에 대해 여야는 모두 긍정적 반응을 내놨다.

이철수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은 “어려운 결정 내줬다”면서 “민주당이 특검하는 이런 전례 남겨서는 안 된다고 청와대 쪽에서도 생각했고 법무부도 안 된다고 건의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대통령이 통 큰 결정, 어려운 결단을 내렸다”고 평가했다.

이어 “민주당에서도 이에 화답할 수 있도록 공평하고 중립적인 특검 후보를 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현 민주당 대변인도 “당연한 일이다”며 “사저를 둘러싼 대통령과 가족들의 불법 사태가 특검을 통해 진실이 분명하게 밝혀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이 대통령과 가족들이 수사에 충분히 협조를 해야 한다”며 “국민들이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연순 안철수 캠프 공동대변인도 “수용은 당연하다”며 “본인이 관련된 문제이긴 하나 국민 의혹이 상당하고 국회 의결이 있었던 만큼 받아들이는 것이 순리”라는 입장을 내놨다.

한편, 이명박 대통령은 내곡동 특검을 수용하면서 또다시 측근 의혹에 대해 공개적으로 사과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과 관련된 문제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이미 국민께 송구스럽다는 뜻을 밝힌 바 있지만, 오늘 다시 한 번 송구스럽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지난 7월 말 측근비리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법안의 위헌적 요소에 대해 조목조목 지적하면서도 소모적 논쟁을 막고 민생문제에 국력을 모으도록 하는 게 대통령의 소임이라는 대승적 차원에서 법안을 수용하기로 결정했다고 최금락 청와대 홍보수석이 전했다.

아울러 특검 수사에 적극적으로 응해 의혹 해소에 최대한 노력하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이 대통령은 “전 재산을 내놓았는데 1, 2억원 이득 보자고 했겠느냐”면서 “당당함과 떳떳함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수용하는 게 옳지 않겠느냐”고도 말했다. 한편 이날 회의에 참석한 김황식 국무총리는 “대통령의 뜻에 전적으로 동감한다”면서도 “법리가 우선돼야 할 문제인데, 이런 결정이 너무 시대적 상황이 고려된 게 아니냐는 후세의 평가가 있을 수 있다”며 여운을 남겼다.

<홍길용ㆍ최정호ㆍ홍석희ㆍ김윤희 기자>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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