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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 빠지게 일해도 파리목숨…가사관리사는 노동자 아니다?
뉴스종합| 2012-09-24 11:30
몸 아파 며칠 쉬면 “그만둬”
월급 밀려도 잘릴까 속앓이
정부 ILO협약 조속 비준을


가사관리사나 베이비시터 등 이른바 ‘가사 노동자’들이 부당한 대우를 받고도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어 법적 안전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A 씨는 2년 넘게 한 고객의 집에서 가사관리사(일명 가사도우미)로 일을 했다. 어렵게 구한 일자리를 잃을까 꼼꼼하게 집안일을 했고 고객도 만족하는 눈치였다. 그러던 중 A 씨는 몸이 아파 며칠만 휴가를 달라고 어렵게 부탁을 했다. 그러나 돌아온 대답은 휴가 대신 “이제 그만 와도 된다”는 것이었다. 다른 일자리를 찾아볼 겨를도 없이 A 씨는 하루아침에 실직자가 되고 말았다.

B 씨는 용돈이라도 벌어 볼 생각으로 베이비시터로 일을 하고 있다. 하지만 몇 달 전부터 서비스 요금이 밀리기 시작하더니 어느덧 체불된 금액만 수십만원에 이르렀다.

밀린 돈을 달라고 당당하게 요구하고 싶지만 자칫 “그만 두라”는 소리라도 들을까봐 고객의 눈치만 보며 속앓이를 해야했다.

A 씨나 B 씨 같은 가사관리사나 베이비시터는 현행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 때문에 임금이 체불되거나 산재를 당해도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고, 근로자로서 정당한 권리를 요구하기도 힘든 게 현실이다.

이에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관련 단체들은 관계법의 개정을 주장하고 나선 상황이다.

특히 지난해 6월 국제노동기구(ILO) 총회에서 ‘가사노동자를 위한 양질의 일자리 협약’이 찬성ㆍ채택됐고, 한국도 이에 찬성표를 던졌지만 현 정부가 협약 비준에 소극적이라며 비준을 촉구하고 있다.

박차옥경 한국여성단체연합 국장은 “맞벌이 부부가 늘면서 가사노동시장의 규모는 점점 커지고 있는데 가사노동 분야를 법적 사각지대에 방치해서는 곤란하다”며 “가사노동 수요자도, 공급자도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를 바꿔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청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서 비준 여부를 검토하고 있고, 비준 이후에 근로기준법ㆍ최저임금 등의 개정도 이뤄질 수 있다”며 “현재는 가사노동자 또는 가사 사용인 등의 범주 및 정의 등 관련 내용에 대한 개선 방안을 다각도로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황유진 기자>
/hyjgo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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