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1번지
양날의 칼 ‘프레임 대결’ …통하거나 때론 갇히거나
뉴스종합| 2012-10-10 11:04
박근혜‘ 과거 vs 미래’
복지·경제민주화로 ‘대세론’ 선점
역사관·당 내분에 발목잡혀 고전

문재인‘ 현 정부 vs 정권교체’
초반 선전은 컨벤션효과 영향 커
盧정부의 재탕 역풍은 경계 대상

안철수‘ 구태정치 vs 새 정치’
여야 장점만 흡수 대안세력 각인
사람빼가기 등 구태 비난 불가피



‘과거 대 미래’ ‘이명박근혜 대 정권교체’ ‘구태정치와 새정치’.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유력 대선주자가 그린 이번 대선구도다. 자신에게 유래한 프레임을 만들어 상대 진영을 옴쭉달싹 못하게 하려는 전쟁이 한창이다. 하지만 대선을 70일 앞두고 각 후보는 때로는 이런 구도가 먹혀들어가며 지지율 상승의 기쁨을 누리기도 하고, 때로는 상대방이 그린 구도에 걸려 사면초가에 빠지며 막상막하의 접전을 펼치고 있다.

대선구도 전쟁에서 가장 큰 변화를 겪은 곳은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다. 당 후보 경선 직후 제시한 ‘과거 대 미래’ 구도는 한때 양자대결에서도 50%가 넘는 지지율을 안겨주며 명실상부한 ‘박근혜 대세론’을 선물했다. ‘국민행복’이라는 슬로건 아래 과감한 복지확대 정책, 그리고 경제민주화는 ‘박 후보=미래’ 구도의 강력한 무기였다.

그러나 그 영광은 오래가지 못했다. 유신과 인혁당 사건을 소재로 한 야당의 과거사 공세 덫에 제때 대응하지 못하면서 본인 스스로가 미래가 아닌 과거의 상징이 돼버렸다.

유권자에게 ‘미래’를 설득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정책 제시도 당내 경제민주화 내홍 등을 겪으며 앞으로 나가지 못했다. 그 사이 지지율은 10%포인트 이상 떨어졌다.

10일 당 선거대책본부 회의에서 서병수 사무총장이 “모두가 조금씩 양보하고 각자 맡은 바 업무에 최선을 다한다면 선거는 반드시 이길 수 있다”며 애써 화합과 분발을 촉구한 말 속에서도 흔들리는 구도에 대한 위기감을 엿볼 수 있다.

문재인 민주당 후보가 그린 ‘현 정부 대 정권교체’ 구도의 효과는 아직 미지수라는 평가다. 제1 야당 후보로 확정된 이후 가파른 지지율 상승세를 보였지만, ‘현 정부 심판’이라는 구도보다는 컨벤션 효과의 영향이 더 컸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현 정부 대 정권교체’ 구도를 살리기 위해서는 보다 참신한 정책 대안 제시가 필요한 상황이다. 문 후보가 최근 일자리 창출을 화두로 꺼낸 것이 좋은 예다. 또 대통령 사저 특검을 관철시킨 것도 ‘현 정부 대 정권교체’ 구도 그리기에 더없이 좋은 소재다.

다만 ‘노무현 정부’의 재탕이라는 덫은 경계해야 할 요소다. 대북리스크, 지나친 ‘좌쏠림’ 경향 등이 부각될 경우 대선의 키를 쥐고 있는 중도 유권자의 이탈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문 후보 측은 그러나 정권교체 여론이 60%를 넘어선 데 만족하고 있다.

반면 안철수 무소속 후보의 ‘구태정치와 새정치’는 아직까지 탄탄대로를 달리고 있다. 가장 늦게 출발한 후발주자, 또 지나치게 길어졌던 ‘출마 뜸들이기’로 한때 이탈했던 중도 성향 표심을 단숨에 재결집시키는 데 성공했다.

현 정부에 기반한 박 후보를 주로 공격하면서도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 직후에는 “잘한 일”이라고 띄워주고, 문 후보를 향해서는 “민주당도 변해야 한다”고 공격하면서 “연대의 대상”임을 재확인하는 등 기존 정치권을 ‘어르고 달래며’ 제3 대안세력으로 자신을 인식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 정책 측면에서도 “누구 편인지 모르겠다” 할 정도로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장점만을 골라 섭취하고 있는 것도 ‘구태정치와 새정치’ 구도의 효과를 더하고 있다.

하지만 선거가 다가올수록 불가피한 현실정치 참여는 스스로에게 덫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9일 송호창 의원의 캠프 합류 논란이 대표적인 예다.

소속 의원을 뺏긴 민주당은 즉각 “정치도리에 어긋나는 일” “그런 방식으로 새로운 정치가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없다”며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현실정치를 구태로 매도하면서도, 기존 정치권이 흔히 보여줬던 ‘사람 빼가기’ ‘정책 베끼기’를 반복할 수밖에 없는 현실의 덫에 스스로가 발목잡힐 수 있다는 일종의 경고인 셈이다.

<최정호 기자>
/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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