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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후보, 왜 ‘외치’는 실종됐나-김영상 재계팀장
뉴스종합| 2012-10-16 08:05
[헤럴드경제=김영상 재계팀장] 대선이 두달 앞으로 다가왔다. 엎치락뒤치락이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안철수 무소속 후보. 셋의 대선 공약전쟁은 점점 진검승부로 치닫고 있다.

그런데 이상하다. 세 후보의 공약에 ‘외치(外治)’가 없다. 세계 경제질서 재편 과정에서의 주도권잡기, 동북아 질서에 대한 정치 철학, 독도와 센카쿠를 둘러싼 한ㆍ중ㆍ일 외교분쟁 철학, 대북정책 등 세계 정치경제학적 상황에서 대한민국의 외교 비전을 제시하는 후보가 아무도 없다. 대신 재벌을 잡으면 경제를 살리고,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는 이상한 논리로 경제민주화만 집착하는 ‘내치(內治)’ 대결만 보인다.

기자는 5년전 국회 반장으로 일했다. 대선 유력주자 및 후보들을 근거리에서 취재했다. 그땐 안그랬다. 일부 주자들은 미국이나 독일에 가서 자신의 공약을 발표하는 ‘글로벌 행보’를 아낌없이 펼쳤다. 기자도 한 두 차례 후보들을 따라가 그들의 글로벌 시각을 취재한 기억이 있다.

물론 대선주자의 해외행은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고 위상을 높이기 위한 사대주의의 발로라는 비판도 뒤따를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도 향후 대한민국의 영향력과 글로벌 시장에서의 위상을 감안, 외교적 포석을 해 놓는 것은 그리 꼴사나운 것은 아니다.

그런데 세 후보는 여전히 ‘안방’에 들어앉아 집안 단속만 하기 바쁘다. 자신을 둘러싼 검증, 공약의 차별화 등에 신경을 써야 1%포인트라도 올릴 수 있다는 조급함이 배경이란 점에서 이해는 간다.


그러다보니 이들이 올인하는 것이 경제민주화다. 재벌과 대기업에 대한 총공세 능력을 보여주고 확신을 주는 게 한 표라도 더 얻을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부산에 있는 한 중공업 사장으로부터 이메일을 받았다. 그는 자신이 잘 알고 있는 해외 교수로부터 한통의 이메일을 받았고, 시사점이 있는 것 같으니 참조해달라며 그 내용을 전달했다. 그 교수는 라파엘 아밋 미 와튼스쿨 교수였다. 아밋 교수는 창조경영의 권위자로, IMF때 한국에 많은 조언을 한 석학이다. 메일엔 아밋 교수가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한 ‘한국, 재벌들과의 값비싼 전쟁(Korea’s Costly War on Conglomerates)’이라는 칼럼이 담겨 있었다. 그는 칼럼에서 “한국의 대선후보들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대기업)을 죽이려 하고 있다”며 “세 명의 대선후보가 모두 일자리 창출과 소득 불균형 해소를 위한 방편으로 경제민주화를 내세우고 있으나, 이같은 포퓰리즘은 역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했다. 그의 개인적 시각이 해외 전체를 대변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의 ‘우물안 개구리’ 대선상황을 들킨 것 같아 다소 부끄럽다.

물론 전횡의 재벌, 왕처럼 군림하는 재벌은 변해야 하고 그게 시대적 당위성이다. 그렇지만 현재로선 합의가 없는 일방적 경제민주화 강행은 향후 대한민국 성장동력 창출과 글로벌경제위기 극복에 유효하지는 않다는 생각이다.

대선 남은 두달간. 후보들이 경제민주화 집착을 넘어 대한민국 국격과 관련이 큰 외치에도 주력해 주길 바란다. 그럴 기미가 없으니, 참 답답하다.

ys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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