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일반
(콘텐츠) 국민연금, 경제민주화 ’위험한 도구’되나
뉴스종합| 2012-10-23 10:38
이구동성으로 ‘경제민주화’를 부르짖던 대선 주자들이 이번에는 국민연금 주주권 강화를 무기로 꺼내들었다.

출자총액제한, 순환출자에 이은 재벌 지배구조 개혁 ‘시즌3’다. 세 가지 공약 모두 재벌의 기업 지배력을 직접 정조순하고 있는만큼 재계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특히 연금의 주주권 강화가 자칫 국민의 미래 자산을 정부와 정치권의 재벌 고삐로 이용하는 게 바람직한가에 대한 논란도 일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공약을 개발하는 국민행복추진위원회는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를 독립 기구로 만드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친박계 김재원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6월과 7월 국민연금이 주주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도록 법적 의무를 부여하고, 기금운용위를 독립시키는 내용의 국민연금법개정안을 발의했다.

안철수 무소속 후보도 지난 14일 ‘재벌개혁’ 7대 과제를 제시하며 “국민연금 등 연기금의 주주권 행사를 통해 소수 주주를 보호하고 재벌 총수의 전횡을 견제하겠다”고 말했다.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장하성 고려대 교수는 “총수 일가가 부당거래를 한다면 연기금은 주주로서 마땅히 수혜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목소리를 내야 한다”며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재벌 지배구조에 대한 통제가 이뤄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기금운용위의 독립성을 보장하고 이에 대한 감시는 국회에서 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반면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이 문제에 꽤 신중하다. 캠프의 이정우 경제민주화위원장은 “국민연금 주주권 강화는 굉장히 민감한 사안”이라며 조심스러워했다. 하지만 이상직 민주통합당 의원이 지난 달 발의한 국민연금법개정안은 기금운용위 산하에 주주권행사위원회를 두고 관계부처 장관은 참여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현재에도 이미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지침 제4조의2에는 ‘환경, 사회, 기업지배구조 등 사회책임투자 요소를 고려한다’고까지 명시돼 있다. 기금운용위가 마음만 먹으면 건전한 지배구조를 의결권 행사의 명분으로 사용할 수 있는 셈이다. 약 62조원에 달하는 국민연금 주식투자액 외에 정부 산하의 각종 기금의 주식투자분과, 이들의 영향력 아래 있는 자산운용사들의 주식형펀드까지 동참한다면 총수의 경영권을 위협할 정도의 강력한 지분률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대선주자들이 연기금의 주주권 강화를 들고 나온 이유는 ’실질적인 실탄(자본)’으로 재벌개혁을 압박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당장 출자총액제한제와 순환출자금지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재계로서는 엎친 데 덥친 격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뚜렷한 ‘주인’이 없는 금융기관 등에 정부와 정치권의 낙하산 인사가 비일비재한 데 국민연금이라고 해서 예외일 수 없다는 논리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기업의 신사업 투자 결정이나 지배구조를 간섭하겠다는 구상은 국민연금 고유의 역할에서 벗어난 위험한 발상”이라고 반발했다. 국민연금 기금운영위원회 구성상 정부가 임명한 사람이 많아 주주권 강화가 정부 정책 목표 수행을 위한 수단으로 사용될 소지가 있다가 많다는 우려다.

정치부/kyhong@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