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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과 서울, 너무도 다른 두 도시 풍경
뉴스종합| 2012-10-25 11:27
금융위기 진원지인 뉴욕에서 1년을 살면서도 세계 경제위기가 심각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한데 서울에 돌아오니 세계 경제가 아니라 우리 경제가 대공황 진입을 목전에 둔 것처럼 싸늘하다.


1년 만에 돌아온 광화문 풍경은 늦가을 낙엽이 바람에 휘날리는 것만큼이나 스산하다. 1년 새 물가는 너무 올라 음식점 갈 때마다 놀란다. 점심시간이면 북적이던 도심의 맛집도 손님이 눈에 띄게 줄었다. 고물가와 불황이 피부로 느껴진다.

주말 대형마트에서 쇼핑할 때면 육류ㆍ생선은 물론이고 야채 값도 지난 1년간 지냈던 뉴욕 맨해튼보다 높은 현실에 기겁하게 된다. 전 세계 명품 브랜드 점포와 초호화 상품을 파는 뉴욕 5번가의 상점들에는 미국 부자들은 물론 러시아, 유럽, 중동, 중국의 부자들이 몰려와 활기가 넘쳤다. 세일할 때는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필자는 지난해 추수감사절 다음 날인 블랙프라이데이에 뉴욕의 메이시스 백화점에 가 에스컬레이터를 탔다가 인파에 밀려 3층 여성복 매장에 내리지 못하고 9층 침구 매장까지 밀려가기도 했다. 이날 하루 뉴욕의 온 도시가 쇼핑백에 파묻힌 광란의 쇼핑객으로 진풍경을 연출했다.

금융위기 진원지인 뉴욕에서 1년을 살면서도 세계 경제위기가 심각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한데 서울에 돌아오니 세계 경제가 아니라 우리 경제가 대공황 진입을 목전에 둔 것처럼 싸늘하다.

정작 금융위기 발원지인 뉴욕은 활기차고 흥겹게 사는데, 왜 뉴요커보다 더 장시간 힘들게 일하고 사는 우리가 금융위기 후폭풍에 시달리며 이리 어렵게 살아야 하는지 억울할 지경이다.

신흥시장 금융에 정통한 컬럼비아대학의 데이비드 바임 교수는 필자에게 한국같이 대외 수출에 경제를 의존한 신흥국가들의 글로벌 금융위기 후폭풍에 대한 전망으로 시티은행이 지난해 내놓은 ‘금융억압(financial repression) 시대의 신흥시장’에 대한 보고서를 읽어보라고 추천했다.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미국과 유럽이 향후 몇 년간 장기적으로 국가부채를 탕감하기 위해 2차대전 이후 50, 60년대와 같이 물가보나 낮은 저금리 정책과 국채 발행, 양적 완화로 금융억압정책을 취할 경우 신흥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보고서이다.

신흥국들은 선진국에서 찍어낸 유동성으로 국제 상품가격이 올라가고 자국 금융시장에 자산 버블이 발생하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을 내수에서 흡수하려다 버티지 못하고 결국 통화가치를 절상하게 되고 수출 경쟁력이 하락한다는 시나리오다. 보고서는 글로벌 불황과 맞물려 통화가치가 상승한 신흥국의 수출 감소를 통해 글로벌 경제 불균형의 핵심인 선진국과 신흥국의 무역역조를 해소할 수 있다는 식으로 결론을 맺었다. 미 연준의 달러 살포 후폭풍을 미국 입장에서 속 편하게 전망한 보고서라고 느꼈지만 서울에 와 보니 어느새 우리의 현실이 되고 있다.

2차대전 후 달러화가 기축통화로 군림하면서 만들어진 국제 금융 경제 질서가 깨지기 전에는 이런 억울한 유탄은 피할 길이 없을지도 모른다. 요즘 저녁 모임을 나가면 누구나 우리 경제가 일본의 전철을 밟아 침몰하는 타이타닉 호가 되지 않을까 걱정한다. 앞길이 캄캄한 글로벌 경제 기상도에도 불구하고 대선주자 누구도 장기불황 해법은 내놓지 않고 이 와중에 표심을 겨냥한 맞춤형 복지 공약만 남발하고 있다. 일본은커녕 그리스 꼴이 나지 않을까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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