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1번지
與 ‘대기업집단법’ 추진…재계 “독일서나 가능한 얘기…”
뉴스종합| 2012-11-02 11:31
계열사 편입심사·순환출자 의결권 제한
당내 논의되던 경제민주화 정책 집대성

기존 상법·공정거래법과 충돌 불가피
옥상옥 우려속 외국계기업과 역차별 논란도


재벌 규제 정책을 집대성한 ‘대기업집단법’이 나온다. 경제민주화 정책 경쟁에 나선 새누리당은 기존 관련 법률을 한데 묶은 별도의 법을 만들어 차별성을 강조한다는 방침이다.

2일 김종인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은 “대기업 집단의 경제력 집중과 지위 남용을 방지하는 내용의 ‘대기업집단법’을 제정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지금까지 상법을 필두로 공정거래법, 하도급법 등 10여개 관련 법을 집대성해 대기업의 과도한 쏠림현상과 경제력 집중에 따른 지위 남용을 규제하는 내용이다. 당 관계자는 “현행 법률로는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판단에서 마련된 것”이라며 “대기업의 권력 남용을 막고 공정경쟁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겠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또 법 마다 다른 대기업의 정의를 명확하게 하고 소위 재벌로 알려진 대기업 집단에 법적 실체를 부여해 책임을 명문화 하는 의미도 있다.

재계는 “대기업집단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의 바탕하에서 일부 국가에서 실시하는 제도를 무리하게 도입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새누리당은 구체적으로는 재벌의 문어발 확장을 막기 위해 현행 공정위가 수행하고 있는 결합 심사와 관련, ‘계열사 편입심사제’를 명시한다. 또 상법에서 전체 이사진의 4분의 1 이상으로 규정한 사외이사 비율도 2분의 1 이상으로 늘려 경영 투명성을 강화한다.

이 밖에 순환출자 지분에 대한 의결권 제한, 공정거래위원회 전속고발권 폐지, 중간금융지주사 설립, 주주총회 전자투표제 도입 의무화 등 그동안 당 안팎에서 논의되던 경제민주화 관련 내용도 이 법에 담는다는 방침이다.

특히 그동안 재벌 오너의 책임 소재를 불분명하게 만들었던 ‘비등기 회장’, ‘구조본(구조조정본부)’, ‘사장단 회의’의 실체를 인정, 의무와 책임을 부여하는 방안도 검토된다. 형식상 계열사, 또는 주력 회사의 등기 임원이 아니면서도 실질적으로 해당 기업 경영을 주도해온 만큼, 책임도 직접 묻기 위한 제도적 장치인 셈이다.

문제는 대기업집단법이 ‘옥상옥’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상법이나 공정거래법 등에서 이미 규정하고 시행 중인 내용을 별도의 법을 만들어 또 다시 명문화하는 과정에서, 법 사이 충돌현상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공정거래법, 노동관련법 등이 서로 다른 기준으로 해석하고 있는 대기업, 대기업 집단에 대한 정의부터 충돌이 불가피하다.

중견기업, 특히 외국계 기업과 역차별도 여전히 논란거리다. 특정 기업군만을 목적으로 한 규제 법률안이 경쟁 관계에 있는 외국계, 중견 그룹들에는 반대로 특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은 “대기업집단법 추진은 독일의 콘체른법에서 힌트를 얻은 것 같은데, 이는 독일 포르투갈 등 일부 몇몇 특수한 국가에 한정된 것이고 미국 등 선진국은 고려하지 않고 있는 제도”라면서 “각 나라마다 경제상황이 다른데 몇 개 국가의 특수 상황을 신중한 검토나 종합 분석 없이 도입하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재계 한 관계자는 “대기업, 재벌 규제라는 상징성을 한눈에 보여준다는 측면에서는 정치적으로 효과를 볼 수 있겠지만, 우려되는 부작용 역시 만만치 않아 보인다”며 “국내 대형 마트를 규제하는 사이, 일본계 중소형 할인점이 슬금슬금 자리를 잡아가는 현상을 반복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민주당도 ‘경제민주화기본법’으로 맞불을 놨다. 경제민주화와 관련 있는 재벌과 금융, 노동 등 관련 개정법안들은 물론, 향후에 만들어질 세제 및 서민 관련 법안들에 대한 포괄적 가이드라인이다. 정부가 경제민주화 기본계획을 3년 주기로 수립하고 연도별 시행 내역을 수립, 보고토록 하고 있다. 과거 경제개발개획 5개년 계획의 경제민주화 판인 셈이다.

이 법을 제안한 추미애 민주당 의원은 “헌법에서 규정한 경제민주화를 하위 개별법들이 규정하고 있지만, 이에 관한 기본법이 없어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정책 수립에 어려움이 있다”며 법안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김영상ㆍ최정호ㆍ양대근 기자>
/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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