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지 ‘우승’만을 외치며 포스트시즌 진출 감독(제리 로이스터ㆍ양승호)을 잇따라 경질한 롯데 자이언츠가 새 감독으로 김시진 전 넥센 히어로즈 감독을 선택했다.
넥센에서 물러난지 50일밖에 안되는 김 감독을 서둘러 모신 이유 역시 철저히 우승에 맞춰져 있다. 롯데는 우승을 위해 투수력 보강이 시급하다는 자체 판단을 내렸다.
현역 시절 한국 프로야구 최초로 100승을 달성한 김 감독은 1993년 태평양 돌핀스에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하면서 현대, 넥센 등을 거쳐 오로지 투수 육성에만 몰두했다. 그 결과가 김수경, 조용준, 이동학, 오재영(이상 현대), 고원준, 문성현, 강윤구(이상 넥센) 등 ‘싱싱한 어깨’들이다. 현대 시절엔 한국시리즈 우승의 영광을 누렸고, 넥센 시절엔 어려움 속에서도 유망주를 키워내는 안목을 발휘했다. 롯데로선 탐낼 만한 지도자다. 여기에 정민태 투수코치도 함께 데려왔다.
그렇지만 김 감독의 앞날은 결코 탄탄하지 않다. 올 시즌 막강 불펜을 자랑하며 플레이오프까지 올랐지만 상대적으로 불안한 선발진에 발목이 잡혔다. 이용훈이 9월 초 어깨부상으로 빠지자 속절없이 연패에 빠질 정도였다. 그나마 에이스 유먼과 재계약이 불투명하다. 현재로선 송승준 외엔 확실한 선발투수가 없다. 김주찬과 홍성흔, 강영식은 FA 자격을 얻어 다른 팀으로 빠져나갈 수 있다.
팀을 속속들이 파악하고 재목을 키워내는데 적어도 2~3년은 필요한 점을 감안할 때 당장 다음 시즌 우승을 바라는 건 지나친 욕심일 수 있다. 더군다나 롯데는 올 시즌 플레이오프 진출만으로도 ‘기대 이상’이란 평가를 받았다. 1992년 롯데의 마지막 한국시리즈 우승의 영광과 동시에 쫓겨나듯 롯데 유니폼을 벗어야 했던 김 감독이 20년 만에 다시 돌아온 롯데에서 어떤 성과를 낼지 주목된다.
김우영 기자/kw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