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
마음을 열고 그린 김범석의 진솔한 ‘산(山)’ 그림
라이프| 2012-11-06 10:34
여기 한국의 산(山)이 있다. 검고 진중하지만 낯설지 않다. 마른 풀과 무심한 바위 아래로 맑은 계곡과 오솔길도 보인다. 세파에 부대끼며 살아온 녹록지않은 우리네 여정이 수풀 사이에 녹아있는 듯하다. 여주에서 작업하는 화가 김범석의 산 그림이다.

김범석의 산은 기실 썩 잘난 산은 아니다. 그렇다고 아주 못난 산도 아니다. 그저 우리 주위에서 쉽게 만나는 평범한 산이다. 작가는 산을 삶으로 받아들이고, 마음을 열고 그린다. 그래서 그의 산수는 늘 진솔하고 의연하다. 보는 이의 마음도 스르르 열린다.

최근 2년간 무려 600여점에 달하는 산 그림을 그린 작가는 “흙 부스러기를 그리고 싶었다. 내 살의 일부분인 부스러기. 그 속에 생명이 꿈틀거리는 아주 작은 미동이 세상을 따뜻하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걸 여기(여주)에 와서 매일 보고 느끼고 체험하면서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것 그것, 흙을 그리고 싶었다”고 했다.


김범석이 그린 산수 연작은 서울 신문로의 성곡미술관(관장 박문순)에서 만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성곡미술관이 제정한 ‘2011 내일의 작가’에 김범석이 선정되며 열리는 수상기념전이다.
‘김범석-산전수전’이라는 타이틀로 열리고 있는 전시에는 지난 20여년간 땅의 문제에 천착해온 작가가 최근 여주에서 그린 작업실 주변풍경과, 실제 답사를 통해 우리네 자연을 진지하게 성찰한 수묵산수 등 대작 50여점이 내걸렸다. 또 15호 크기의 소품 470점도 나왔다.

조개껍질을 빻아 만든 하얀 호분(胡粉)과 칼칼한 먹이 위에서 아래로 자연스럽게 흘러내리듯 구사된 김범석 특유의 풍경은 농익은 미감을 한껏 보여준다. 초겨울 정취와도 꼭 들어맞는다.
좀처럼 묵직하고 옹골찬 한국화 전시를 만나기 힘든 요즘, 흔들림없이 전통 한국화를 오늘에 잇고 있는 작가의 전시는 더없이 반갑다. 전시는 12월 16일까지.[사진제공=성곡미술관]

/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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