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윤희 기자ㆍ이정아 인턴기자〕야권이 본격적인 단일화협상 국면에 돌입하면서 양측의 주도권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거대 정당을 지지기반으로 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가 포용력을 앞세운 ‘큰형님’ 전략을 가동한 가운데, 조직의 열세를 안고 있는 안철수 무소속 후보는 협상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살라미’ 전략을 쓰고 있다.
문 후보는 ‘통 크게’라는 표현을 즐겨 사용한다. 12일 중앙선대위 전체회의 모두발언에서도 ‘통 크게’라는 단어를 두번이나 썼다.
문 후보는 “단일화 논의 과정에서 유불리 계산하지 말아달라. 통크게 국민들 보고 나가면 좋은 성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새정치공동선언 부분에서도 유불리 따지지말고 대범하게 받아들여 달라. 원칙에 어긋난 것을 제외하고 통크게 받아들이고 선언할 수 있도록 박차를 가해달라”고 주문했다. “(안 후보 측에) 부담줄 수 있는 제안들을 최대한 하지 말고, 필요하다면 안 후보 주장을 대폭 수용해달라”고도 덧붙였다.
문 후보의 이같은 발언은 정당 기반이 없는 안 후보를 포용하려는 이미지를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야권의 ‘큰형님’을 자처, 안 후보와 그 지지기반까지 너그럽게 감싸안겠다는 것이다.
문 후보의 발언은 안 후보와의 단일화 이후까지 구상한 것으로 보인다. 문 후보는 이날 “단일화 이후에 안 후보와 안 후보를 지지하는 분들에게 협조를 받고 연대를 받고, 세력통합과 지지세력 저변 확대해나가는 일이 단일화 못지 않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안 후보는 문 후보를 향해 끊임없이 제안을 던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하나의 과제를 여러 단계별로 세분화해 협상이익을 극대화하는 ‘살라미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안 후보는 11일에도 문 후보에게 ‘반값 선거비용’을 제안했다. 문 후보 측은 “함께 협의하자”고 답했다.
앞서 안 후보는 경제개혁 안보평화 공동선언과 단일화 방식 협의 착수도 공식 제안했다. 문 후보는 이를 즉각 수용했다. 안 후보가 던지고, 문 후보가 받는 모양새다.
안 후보의 거듭된 제안은 그의 ‘새정치론’과 밀접하게 맞물려있다. 개혁의 선봉에 서서 끊임없이 기존정당에 과제를 던져야 ‘새정치의 적임자’라는 안 후보 측 주장이 유지될 수 있고, 여론의 주목을 받는 구조다.
동시에 단일화 룰 협상에서도 주도권을 잡으려는 포석으로 읽힌다. 정치권 관계자는 “후보단일화 때까지 단계를 여러가지로 나눠서 주도권을 잡아가고 시간을 끄는 방식으로 문 후보를 압박하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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