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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민주화, 정확한 진단·처방 필요”
뉴스종합| 2012-11-15 11:58
정상적인 부분까지 ‘메스’ 대면 안돼
부당내부거래 근절 기업문화 정착돼야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탄광마을인 강원도 삼척시. 삼척 시내에서도 버스로 1시간반가량을 더 들어가야 나오는 근덕면 원평리. 김형배<사진> 공정거래위원회 시장감시국장의 고향이다.

초등학교 6학년 시절 담임선생님이 성적표 평가란에 적은 ‘성실하고 정의감 넘친다’는 칭찬 한마디에 공부에 재미를 붙여 이 자리까지 오게 됐다는 김 국장.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삼척에서 서울로 대학 유학을 온 동기 20명 중 유일하게 행시 34회에 합격했다. 1991년 경제기획원 내 공정거래위원회 소속으로 공직생활을 시작해 올해 1월에는 공정위의 동기 중 가장 먼저 국장 자리에 올랐다. 말 그대로 ‘개천에서 용이 난’ 출세가도다.

하지만 최근 김 국장의 어깨는 누구보다 무겁다. 최근 화두로 떠오른 ‘경제 민주화’를 최전방에서 이행해야 하는 공정거래위원회 시장감시국을 이끌어야 하고 안으로는 대입수능시험을 치른 고교 3학년 딸의 진로 상담까지 해내야 한다.


그는 국민에 대한 정부의 역할과 자식에 대한 부모의 역할이 비슷하다고 말한다. “국가 경제가 발전하는 초창기에는 기업과 시장을 인위적으로 만들어주는 당국의 힘이 커야 하지만, 경제 규모가 일정 규모 이상 커지면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만들어주는 당국의 역할이 커지게 된다”는 것이다. “부모의 역할도 비슷해 처음에는 자식의 모든 것을 챙겨주고 가끔은 강제로 길을 이끌기도 하지만 자식이 중ㆍ고교생이 되면 부모는 엇나가지만 않도록 이끌어주는 멘토 역할을 잘해주면 된다”고 말했다.

김 국장은 시장감시국장으로서 해야 할 당면 과제에 대해 “경제민주화의 핵심은 잘못된 부분이 어디인지 제대로 정확하게 알아내고 메스를 대야지, 정상적인 부분까지 들이대서는 안된다”면서도 “재벌들이 중소기업 등 영세 자영업자들을 어렵게 한 부분이 있는데 이를 정상적으로 돌려놓는 작업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인위적인 법 집행도 중요하지만 일감 몰아주기 같은 부당내부거래는 기업 총수들의 의지나 기업의 문화로 정착되지 않으면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김 국장은 공직생활에서 가장 의미 있던 시기로 감사담당관(과장급) 시절을 꼽는다. 초등학교 때 받은 성실하고 정의감 넘친다는 평가와 딱 들어맞는 자리였던 데다, 김 국장이 재직시절 공정위는 39개 정부 부처 가운데 공직사회 부처별 청렴도 평가와 부패방지시책평가에서 공동 1위를 차지하는 기록을 남겨 조직의 위상까지 드높였다.

세계 모든 주요국의 경쟁당국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다. 대한민국 공정위에서 김 국장이 보여줄 ‘강원도의 힘’이 어디까지인지 궁금하다. 

윤정식 기자/yj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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