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소년’과 ‘터치’는 한국영화 르네상스의 명과 암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국내극장가 최대 투자배급사인 CJ E&M의 작품인 ‘늑대소년’은 지난 31일부터 15일까지 16일간 총 854관에서 5만6294회 상영됐다. 전국에서 하루 평균 3518회가 상영된 것이다. 반면 소규모 배급사 팝엔터테인먼트의 작품인 ‘터치’는 8일간 95개관에서 1541회가 상영돼 하루 평균 192회를 기록했다.
그마저도 대부분 평일 조조나 심야 등 관객이 아예 들기 어려운 시간대에 상영됐다. 두 영화 사이엔 상영관수 10배, 상영횟수 20배의 차이가 난다. 출발선이 다른 ‘불공정 게임’이 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이같은 사정은 ‘터치’뿐만이 아니다. 한국영화의 양극화 현상은 ‘도둑들’과 ‘광해:왕이 된 남자’ 등 1000만 돌파 영화가 연이어 2편이나 나온 올해 더욱 뚜렷하다. 대기업 계열 영화사인 쇼박스의 작품 ‘도둑들’은 1091관에서 총 15만5384회 상영됐으며, CJ E&M의 작품 ‘광해’의 경우엔 1001개관 18만7428회를 기록했다. 반면 올해 개봉한 한국 다양성영화 중 최고 흥행기록을 세운 독립다큐멘터리 ‘두개의 문’은 47개관에서 2451회 상영되는 데 그쳤다. 상영관수로는 ‘도둑들’이나 ‘광해’의 5% 남짓이고 상영횟수로는 1%를 간신히 넘는 수준이다.
한국독립영화협회는 대선을 앞두고 최근 ‘지속 가능한 독립영화 기반 구축’과 ‘영화 시장 경제 민주화’를 핵심으로 하는 차기 독립영화 진흥정책 제안 성명을 발표했다.
이형석 기자/suk@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