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1번지
[위크엔드] 대선후보 ‘空約’…대한민국 깡통만들기?
뉴스종합| 2012-11-16 12:06
朴 ‘서민부채경감’ 부실채권 양산땐 폭탄
文 ‘의료비 상한제’ 매년 8兆 쏟아부어야
安 ‘무상보육’ 어린이집 신설만 15兆 필요

복지예산, 늘리긴 쉬워도 줄이긴 어려워
포퓰리즘 벗어난 현실성 높은 공약 절실


선거 때마다 어김없이 나오는 게 공약(公約)이다. “당선만 시켜 주신다면 반드시…”라며 유권자 대중에게 하는 약속이다. 과거 선거에서 ‘경부 고속도로를 2층으로 만들겠다’ ‘결혼하는 사람들에게 1억원을 주겠다’는 공약도 있었다.

문제는 공약을 지키는 데는 돈이 들어간다는 것이다. 수입보다 지출이 많으면 가계는 깡통을 차고, 세입보다 세출이 많으면 국가는 부도난다. 대선주자들이 내놓은 굵직굵직한 공약들이 보기는 좋아보여도, 자칫 미래 대한민국 깡통만들기 아니냐는 의구심이 드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우려스러울 만큼 이번 대선에서도 엄청난 예산이 소요되는 공약이 춤추고 있다. 어떤 후보는 500페이지가 넘는 책으로까지 만들기도, 어떤 후보는 하루에 한두 개씩 수십 페이지의 분야별 공약집을 쏟아내고 있다.

이 중 상당수는 ‘돈이 얼마 들지 않는’ 제도 정비, 소규모 사업들이지만 대권을 쥐겠다는 후보들인 만큼 ‘야심차게’ 돈을 퍼붓는 공약도 곳곳에 숨겨뒀다. “아무리 좋은 공약도 대중의 관심을 끌지 못하면 소용 없다”는 한 정치인의 말처럼, 해당 지역과 해당 계층의 유권자 관심을 끌기 위한 전략이다. 수십, 수백조원의 공약으로 일단 욕이라도 먹어야 한다는 절박함이다.

이번 대선에서 큰 공약의 흐름은 ‘복지’다. 대선 ‘빅3’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문재인 민주당 후보, 안철수 무소속 후보 모두 ‘0∼5세 무상보육’ ‘기초노령연금 인상’ ‘반값등록금’을 공약했다. 각각 7조원, 3조~4조원, 2조~5조원이란 돈이 매년 들어가야 할 사업이다. 누가 당선되든 일단 12조원에서 16조원은 지금보다 더 쓰게 된 셈이다. 특히 이런 복지예산을 한번 지출하기 시작하면, 늘어나면 늘어났지 절대 줄어들지 않는 속성이 있다.

이뿐이 아니다. 안정 속의 변화를 강조하고 있지만,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서민 부채 경감을 들고 나왔다. 18조원에 달하는 기금을 조성해 국민 1인당 1000만원 한도에서 저금리 대출로 전환해주겠다는 것이다.

과거 대선 단골 손님이던 ‘농가 부채 탕감’의 현대판인 셈이다. 후보 측에서는 기존 관련 기금 1조8000억원에 채권을 발행하면 국민들의 추가 부담 없이 가능하다고 장담했다. 그러나 그 채권 대부분을 결국 기존 금융기관 또는 일반 국민들이 직ㆍ간접적으로 사들이고, 또 갚아나가야 한다는 점, 도덕적 해이에 따른 부실채권 양산 시 원금 부담이 자칫 정부로 돌아올 수 있다는 점 등에는 침묵을 지켰다.

문 후보는 ‘의료비 100만원 본인부담 상한제’로 차별화를 노렸다. 어떤 암에 걸려도, 어떤 희귀병에 걸리더라도 환자 본인 또는 그 가족이 직접 병원에 내야 하는 부담금을 100만원으로 한정하겠다는 솔깃한 약속이다. 나머지는 건강보험에서 낸다. 역시 문제는 돈이다. 의료 전문가들은 이 공약을 지키기 위해서는 현행 대비 매년 8조원(후보 측 추산)에서 많게는 28조원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2011년 건강보험이 진료비로 부담한 금액이 46조원임을 감안하면, 현행 보험료를 최소 5%에서 50%를 올리거나, 정부 전체 한 해 예산의 10%에 해당하는 금액을 지원해야만 한다는 의미다.

안철수 무소속 후보도 돈 드는 공약 경쟁에서 결코 뒤지지 않았다. 오는 2017년까지 2500개가 넘는 국공립 어린이집을 새로 만들고, 집에서 자녀를 키우는 소득하위 70%의 가정엔 0~2세까지 각각 20만원, 15만원, 10만원 양육보조금을 지원하겠다는 각오다.

안 후보가 약속한 국공립 어린이집 2500개는 현재 전국 국공립 어린이집 숫자 2200개보다도 300개나 더 많은 규모다. 지난 7월 하나금융공익재단이 지원한 서울 반포의 국공립어린이집 건립 비용으로 62억원이 잡혔던 것을 감안하면, 어린이집을 새로 만드는 데만 15조원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물론 원생 1인당 매달 20만원가량인 운영비는 별도다.

<최정호 기자>
/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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