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대선
文ㆍ安 단일화협상 난항.. 비공개협상이 되레 화불러
뉴스종합| 2012-11-21 14:49
〔헤럴드경제=김윤희 기자〕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 간 단일화협상이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양측은 21일 오전 3차 협상에 돌입했지만, 여전히 여론조사 방식을 둘러싼 입장 차 등으로 극심한 진통을 겪고 있다. 문 후보 측 관계자는 “금일 중 협상을 끝내야 하는데 아주 걱정”이라고 했다.

양측은 협상파행의 원인으로 상대의 언론플레이를 꼽고 있다. 안 후보 측 유민영 대변인은 전날 문 후보 측 우상호 공보단장이 2차협상 경과를 공표한데 대해 거칠게 항의했다. 유 대변인은 “합의되지 않은 내용을 자의적으로 발표했다. 중대한 결정이 될 수 있는 여론조사에 무엇을 묻는 것인가를 미리 공개하는 것은 여론에 의도적 영향을 줄 수 있는 매우 잘못된 행동”이라고 했다. 유 대변인은 “협상도중 합의되지 않은 경과를 공개하는 것은 협상할 생각이 없다는 것이거나, 협상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하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우 공보단장은 “양 캠프가 자신에게 유리한 주장 중심으로 언론에 알리고 국민이 혼란스러워하실까봐 설명드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 후보 측 인사는 “안 후보 측의 도를 넘은 언론플레이에 대한 정당방위”라고 설명했다.

정치권은 양측의 철저한 비공개 협상이 되레 화를 불렀다고 지적한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과거 DJP연대, 3당합당 당시에도 비공개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다. 무슨 얘기가 흘러나올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뒤로 흘러나오는 말들은 오해와 반목을 부른다. 새 정치를 하겠다는 두 후보가 대선후보 단일화협상을 하는데 비공개로 해야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비공개 합의가 자꾸 깨지고 언론에 실시간으로 흘러나오는데, 차라리 국민들이 여과없이 보고 평가할 수 있도록 회의 내용을 공개해야 한다. 양측 대변인 이야기가 다른데 대해 국민들은 분노와 회의를 느낀다”고 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양측에 100% 신뢰가 없는 상태에서 비공개협상은 전략적으로 이용될 가능성만 높다”고 밝혔다.

민주당의 응집력 부족도 또다른 원인으로 꼽힌다. 문 후보 측은 앞서 ‘안 후보 측 지지자 1만4000명, 문 후보 측 민주당 대의원 1만4000여명’의 배심원을 구성해 공론조사하자는 안 후보 측 제안을 거절했다. 양측이 여론조사 외에 ‘+α’의 필요성, 배심원 구성에 공감했는데도, 문 후보 측이 자체 응집력 부족을 이유로 반대한 것이다.

우상호 공보단장은 “민주당 대의원은 (친노, 비노 등으로) 다양하게 구성돼 있기 때문에 꼭 문 후보를 100% 지지하지 않는다”면서 “민주당은 대의원, 안 후보 측은 안철수 지지자로 배심원을 구성하는 것은 비정상적”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우 단장의 설명은 문 후보에 불리한 룰을 거부하는 동시에, 문 후보의 가장 큰 약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친노를 위시한 배타적 계파정치, 민주당 대선경선을 거치며 드러난 당내 불화는 곧 ‘문재인 필패론’의 근거로 활용돼 왔다. 신 교수는 “문 후보의 최대 약점을 협상국면에서 제 입으로 드러낸 것은 상당한 전략적 미스”라고 지적했다.

wor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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