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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지마 테마株의 예견된 몰락
뉴스종합| 2012-11-27 11:32

안랩 주가가 들썩이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8월쯤이다. 안철수 당시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고, 이어 유력한 대선주자로 지목되면서 안랩 주가는 최고 16만7200원까지 급등했다.

그간 대부분의 정치테마주가 사실 정치인이나 정책과 관련이 없었다. 반면 이번엔 유력 후보가 회사의 최대주주로 있었다는 점에서 투기꾼에게 최고의 테마주로 떠올랐다.

그러나 폭락, 그리고 개미의 어마어마한 손실이라는 결과는 같았다.

지난 23일 안철수 후보가 기자회견을 열고 대선후보직 사퇴를 선언한 이후 첫 거래일인 26일 안랩은 하한가를 기록하면서 단 하루 만에 시가총액 600억원이 증발됐다. 그동안 안철수 테마주로 거론됐던 38개 종목을 다 합치면 무려 1300억원이 날아갔다.

손실은 이번에도 개인투자자의 몫이었다. 개인의 매매를 분석해보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시기는 안랩 주가가 12만3000~13만8800원일 때다. 이미 원금의 3분의 1도 찾기 어렵게 됐다.

사실 예상치 못했던 결과는 아니다. 사퇴하지 않고 대선까지 갔더라도 당선되지 않았다면 주가는 급락할 수밖에 없다. 이번엔 예상치 못한 갑작스러운 사퇴로 시기가 앞당겨지고 하락폭도 컸을 뿐이다.

다시 한번 묻지마 테마주 열풍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명확히 보여줬다. 그런데 시장 분위기는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안철수 테마주 손실로 한쪽에선 곡소리가 나고 있지만, 다른 한쪽에선 여전히 ‘박근혜 테마주’와 ‘문재인 테마주’에 달려들고 있다.

박 테마주의 대표 격인 EG는 몰리는 매수세에 거래량이 이전 대비 3배가량 급증했다. ‘폭탄돌리기’가 더 빨라졌다는 얘기다. 문 테마주인 우리들생명 역시 이틀째 급등하면서 투기꾼의 기대심리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대선이 끝날 때까지는 이런 움직임이 지속될 것이고, 그 전에만 차익을 실현하면 한몫 챙길 수 있다는 투기심리가 작용한 탓이다. 전문가는 박 테마주와 문 테마주도 투자자에게 큰 손실을 남길 수 있다고 경고한다. 누가 당선되고, 누가 떨어지더라도 폭락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래도 대박을 바라면서 베팅할 것인가.
 

hu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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