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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배낭을 메고 길 떠나듯…여운은 여운을 낳고
엔터테인먼트| 2012-12-03 09:51
여행큐레이터가 현지인과 소통
자연·문화·역사 깊이있는 이해
인문학적 호기심 충족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대리체험
5년간 2.5% 안정된 시청률



EBS ‘세계테마기행’이 1000회를 앞두고 있다. 2008년 2월 첫 방송돼 지난 5년여간 세계 120개 지역을 자연과 역사ㆍ문화ㆍ사람 등 다양한 테마를 통해 소개해온 ‘세계테마기행’이 내년 1월 중 1000회를 맞는다. 여행지를 2년 반 정도 소개하면 지구를 한 바퀴 돌게 돼 유사한 화면이 반복되면서 시청률을 올리기도 쉽지 않다. 그럼에도 ‘세계테마기행’은 2.5%라는 안정된 시청률을 유지하고 있으며, 갈수록 관심이 커지고 있다.

‘세계테마기행’은 단순한 여행 정보 프로그램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배낭여행자만이 느낄 수 있는 살아 있는 체험기를 담고 있다. 하지만 자유여행이면서도 ‘세계테마기행’만의 차별화 요소들이 들어 있다.

우선 단순한 지식과 정보를 넘어 인문학적인 호기심을 충족시켜 준다. 지적 정보를 빼지는 않지만 삶에서 나오는 감동과 감성 등 인문학적인 요소를 중시한다. 현상을 읽어내고 이면을 끄집어내 삶의 의미를 제시하거나 이해하게 한다.

 
2008년 2월 첫 방송돼 지난 5년여간 세계 120개 지역을 자연과 역사ㆍ문화ㆍ사람 등 다양한 테마를 통해 소개해온‘ 세계테마기행’이 내년 1월 중 1000회를 맞는다.‘ 세계테마기행’은 단순한 여행 정보 프로그램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배낭여행자만이 느낄 수 있는 살아 있는 체험기를 담고 있다.

이런 원칙은 기획ㆍ촬영ㆍ제작ㆍ현지에서 찾아내는 것들 등 모든 과정에서 적용된다. 피지라는 나라는 기막힌 해변ㆍ물고기ㆍ다이빙ㆍ칵테일ㆍ연인 등이 연상된다. 하지만 ‘세계테마기행’에서 피지를 다룰 때에 해변은 나오지 않고 내륙으로 들어가 주민의 삶과 문화ㆍ역사 등을 통해 그들의 진짜 삶이 있음을 보여줬다. 김민 CP는 “지식이 아닌 감성과 교감으로 어필하는 프로그램”이라면서 “인문학적인 상상력을 만들어내는 게 쉽지는 않지만, 발견하는 기쁨이 있다”고 말했다.

‘세계테마기행’은 프로그램이라기보다는 이야기다. 기막힌 이야기꾼이 ‘아라비안나이트’를 찾아내듯이 스토리와 테마를 끄집어낸다. 이를 위해서는 여행큐레이터가 필요하다. 이들은 단순 유람이나 관광을 넘어 여행지의 사람들 속으로 들어간다.

여행큐레이터는 전문가 스타일로 강의하는 식이 아니라 시청자의 입장에서 궁금한 것을 물어보고 느낀 점을 이야기하며, 또 현지인과 자유롭게 소통하며 여행을 대리 체험하게 한다. 방송 출연을 위한 여정이 아니라 모든 걸 놔버리고 흠뻑 빠지게 한다. 분위기는 진지하나, 무겁지는 않다. 무거우면 사람들이 외면하고, 가벼우면 가치가 떨어진다. 


‘세계테마여행’의 또 다른 차별점은 관점의 차이다. 출연자, 프로그램 공급자 관점에서 여행지에 있는 사람들의 관점으로 바뀌었다. 공급자 관점은 차마고도를 취재하고 헤어질 때 “고맙습니다”라고 끝낸다. 하지만 현지인 관점으로 풀면 “이들은 외롭고 힘든 1박2일 일정으로 다시 온 길을 돌아가야 한다”로 끝난다. 외출 허락을 받은 라오스 불교대학의 한 젊은 승려가 4시간 동안 차를 타고 오지의 집에 갔다가 어머니와는 겸상도 못하고 1시간 동안 가족을 보고 돌아오는 모습은 그들의 삶의 방식이다. 유무영 CP는 “현지인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시청자도 여행에 참여하는 듯한 기분이 들며, 그들의 삶에서 감동이 느껴져 쉽게 동화된다. 시청자도 위로받는 기분”이라면서 “정보 중간에 테마를 넣는 게 ‘세계테마기행’의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지역당 40분짜리 4개를 일주일간 방송하는 데에 5000여만원의 제작비와 20~25일의 제작 기간이 필요하다는 것에서도 ‘세계테마기행’의 깊이가 느껴진다.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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