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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담동 앨리스’ 소인찬에게 의료비 100만원 상한제가 적용된다면?
엔터테인먼트| 2012-12-03 08:00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돈이 문제다. 돈이 없으면 가난이 오고, 가난이 오면 병이 깊어진다. 가난과 병이 함께 오면 살 길은 더 막막하다. 내가 혹은 내 가족이 언제나 큰 병을 피해가리라는 보장은 없다. 현실은 영화보다 드라마보다 더 지독한 법이다.

SBS 새 주말드라마 ‘청담동 앨리스’의 소인찬(남궁민)은 가진 게 별로 없다. 88만원 세대를 대표하는 여자친구 한세경(문근영), 암에 걸려 장기입원 중인 어머니, 명품유통회사 대리라는 직함. 안정된 직장이 있으니 매달 월급통장에는 일정 수입이 입금되겠지만, 인찬에겐 신용불량자라는 딱지와 쌓여가는 빚이 전부다. 반짝반짝 빛나던 청춘을 함께 보내며 서로 의지했던 여자친구는 가진 게 너무 없는 그의 앞에서 현실의 밑바닥으로 내려앉았다.

인찬은 어느새 6년을 함께 한 여자친구를 처음 만나던 날을 떠올린다. 누구나 다 아는 브랜드백에 보그 잡지를 들고 패션디자이너를 꿈꾸던 여자친구는 이제 수년전 삼류브랜드에서 판매한 낡아빠진 워커를 신고, 디자인조차 구분 못할 시장표 가방을 맨다. 나아질 것 없는 현실 앞에서도 ‘노력이 나를 만든다’며 서로를 의지했던 두 사람이었지만 그들의 현실은 가난이라는 불운이 가로막는다. 좌절의 연속이다. 노력이 나를 만든다니, 웃기는 소리다. 세경의 좌절은 88만원 세대의 단면이었고, 인찬의 그늘엔 거기에 또 하나가 더해졌다.

인찬의 어머니는 암으로 투병 중이다. 돈을 모으는 족족 입원비, 항암치료비, 약값으로 쓰고 마는 현실을 반복했다. 이제는 병원비를 낼 여력도 없다. 그러니 “수술이 잘 됐다는 소식이 들려도 언제 또 재발할지 모르니 하나도 기쁘지 않다”고 오열한다. 소득수준에 따라 200~400만원씩 적용되는 ‘의료비 상한제’는 드라마에서도 유명무실이었다. 가계마다 월평균 20만원씩 붓고 있다는 민간보험에도 해당 안되는 희귀암을 투병 중인 인찬의 어머니는 어찌해야할까. “희귀암이라 보험에는 해당사항 없대. 젠장, 무슨 암을 골라가면서 걸리냐”는 말, 괜히 나온 게 아니다.

16일 앞으로 다가온 대선에서도 의료비 부담을 줄이는 방안이 화두에 올라선지 오래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연간 의료비 본인 부담 100만원 상한제’ 도입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이 공약이 ‘청담동 앨리스’ 속 소인찬에게 적용된다면 어떨까.

인찬의 어머니는 지금 현재 600만원 짜리 명품백 몇 개에 해당하는 돈이 들어가는 수술비, 입원비, 치료비가 없어 다음 수술날짜를 잡지 못한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 인찬은 완벽한 가계파탄을 맞았다. 회사대출 4000만원, 제1금융권 부채 2508만원, 제2금융권 부채 5000만원, 각족 사금융 부채 6093만원, 카드 연체료 520만원. 인찬 앞으로 날아드는 것은 온갖 금융권의 독촉장뿐이다. 쌓아갈 빚도 엄청나다. 인찬은 “한 달이면 마이너스 215만원, 일년이면 2580만원”이라고 호소한다. 의료비 부담은 나날이 커간다. 먹구름이 지나가면 더 큰 먹구름이 몰려온다. 인찬은 결국 그 600만원짜리 명품팩을 판매하는 회사에서 청춘을 팔고, 양심을 판다. 그 명품백 5개만 빼돌리면 그래도 어머니를 살릴 수 있다. ‘연간 의료비 100만원 상한제’가 도입된다면, 인찬에게 2480만원의 빚이 쌓일 일은 없다.

이 공약이 인찬에게 적용된다면 그의 처절한 눈물도 닦을 수 있는 세상이 올지도 모르나, 논란은 연일 이어지고 있다. 이에 우석훈 성공회대 교수는 최근 자신의 트위터(@retiredwoo)에 “문재인 후보의 의료비 상한제 100만원은 아주 좋은 공약이다. 복지는 기본적으로 세대와 소득 혹은 직업에 따른 편차가 생기기 마련이고, 본질적으로 맞춤형이 될 수밖에 없다. 유일하게 모두에게 적용되는 복지는 의료”라고 말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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