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영화
박하선 “대체 될 수 없는 배우가 되고 싶다” (인터뷰)
엔터테인먼트| 2012-12-03 09:21
사극 ‘동이’에서 청순하고 단아한 이미지로 ‘1등 신부감’으로 꼽힌 배우 박하선이 영화 ‘음치클리닉’을 통해 180도 변신했다. 이 영화를 통해 감춰둔 코믹 본능을 마음껏 발산한 것. 물론 전작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에서도 허당 연기로 윳음을 안겼지만 이번에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코믹한 여자로 완벽히 분하며 방향을 달리했다.

거침없이 망가졌다. 이로써 박하선은 이미지 변신과 연기력,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성공했다. 최근 마주한 그는 “어머니들이 ‘동이’ 속 인현왕후의 모습 때문에 많이들 예뻐하셨는데 이번 영화를 보면 마음을 돌리실 것 같다”며 털털하게 웃었다.

혹자는 ‘음치클리닉’ 속 박하선을 보며 ‘하이킥’의 모습이 떠오른다고 평한다. 하지만 박하선은 신경 쓰지 않았다. 동주가 지닌 매력을 믿었기 때문이다.


“또 코미디라서 선택한 건 아니에요. 털털하고 솔직한 28살 동주의 모습에 많이 공감했어요. 사실 ‘하이킥’이 끝나고 시나리오도 많이 들어왔는데 이렇다 할 매력이 없는 캐릭터들이었어요. 분량을 따지는 건 아니고요. 남배우의 옆에서 가만히 있는 캐릭터가 아닌 주도적인 역할을 꼭 해보고 싶었어요.”

극중 박하선이 선보이는 연기는 그야말로 ‘기상천외’하다. 짝사랑하는 남자 때문에 온갖 찌질한 짓을 일삼고 남들 앞에서 대대적인 망신을 당하고, 우스꽝스럽게 뛰는 모습은 실제 그의 모습과 전혀 매치가 되지 않는다.

“상상을 못 하시는 것일 뿐이죠. 저도 한 번 좋아하는 사람 생기면 끝까지 좋아하는 편이고요. 5년 동안 한 사람을 좋아한 적도 있어요. 그리고 노래도 잘 하는 편이 아니고, 남들 앞에서 망신 당하는 적도 많았고요. 뛸 때도 정말 그렇게 뛰어요.(웃음) 동주같은 그런 경험들이 많아서 연기 면에서는 준비할 것이 많지 않았죠.”

그는 진지한 눈빛으로 말을 이어갔다.

“피아노도 직접 제가 쳤어요. 진짜 두 달 동안 열심히 세 곡을 마스터했죠. 나중에 음악을 씌우셨지만요. 보컬 트레이닝도 받았고요. 그리고 무엇보다 현장에서 선배님들이 많이 예뻐해주셔서 좋은 기운 받으면서 촬영했어요. 특히 철민 선배님이나 감독님이 술을 좋아하셔서 회식도 자주했죠. 송새벽 선배님도 감독님과 친분으로 촬영장에 오셔서 회식 자리에 참석 하시곤 했어요.”

윤상현과는 환상의 호흡을 자랑한다. 서로 상의 없이도 애드리브가 가능할 정도다.

“대사 애드리브를 많이 친 건 아니에요. 의성어, 의태어 애드리브가 많았고요. 또 오빠를 많이 때린다거나 노래 립싱크나 마지막에 윙크를 하는 장면은 모두 애드리브에요. 그리고 술 먹고 주정 부리는 것도요. (웃음) 어렸을 때는 술 먹으면 마냥 좋았는데 요즘은 그렇게 눈물이 잘 나더라고요. 실제 주량이요? 소주 1~2병 정도에요. 세잔부터 살짝 취하고요.”

나동주와 연애방식이 어느 정도 일치하다고 한 그는 어린 시절 잊지 못할 에피소드를 털어놨다.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중 3때까지 한 남자아이를 정말 좋아했어요. 그 남자애는 축구부 주장이었죠. 그 어린나이에 여자친구가 있어서 좋아한다고 말도 못했죠. 몰래 숙소에 빵을 갖다놓곤 했어요. 그런데 그 여자친구가 안 좋은 소문이 좀 돌고 있는 아이였어요. 그래서 저도 한 번 그것에 대해 말했는데 소문이 난 거죠. 이걸 들은 그 남자아이는 우리 교실까지 찾아와 누가 말했냐고 화를 내더라고요.”

예상 외로 박하선은 어린 시절 이성과 풋풋한 연애를 한 적이 별로 없다. 타이밍이 맞지 않는 것일까. 아니면 털털한 성격 때문일까. 그는 “실제로는 성격상 애교를 잘 부리지 못한다. 그래서 애교에 한이 맺혔다”며 웃어 보였다.

“타이밍이 안 맞는 편인 것 같아요. 고 3때도 좋아하던 친구가 있었는데 입시 준비와 데뷔를 막 시작하던 때라 사귈 수가 없었어요. 1년 동안 밀당 아닌 밀당을 했죠. 그런데 결국 귀여운 친구에게 넘어가더라고요.(웃음) 정말 애교에 한이 맺혔어요. 그래서 ‘하이킥’ 때 온갖 동영상을 수집해 애교를 부렸죠.”

동이’에서 인현왕후를 연기한 후 ‘맏며느리감’으로 꼽힌 박하선. 하지만 아직은 결혼하고 싶다는 말보다 연애하고 싶다는 말이 더 좋다.

“실제로도 연애하자는 사람보다 결혼하자는 사람이 많아요. 장난 식으로 ‘나중에 너 갈 때 없으면 시집와라’라고 말하시는 분들이 많죠. 한 서른 살 쯤 됐을 때 결혼하고 싶은 여자라는 말을 듣고 싶어요. 아직 맏며느리감으로 꼽히기에는 어리잖아요. 지금은 연애하고 싶은 여자이고 싶어요.”

그동안 못다 한 말들이 많았던 듯 쉴 틈 없이 이야기를 쏟아낸 박하선. 당찬 성격만큼 향후 도전하고 싶은 역할 또한 많다.

“몸을 못 쓰는 편이 아니라 액션이나 공포물도 도전해 보고 싶어요. 요즘은 ‘폰’, ‘가위’, ‘알 포인트’ 같은 공포물이 나오지 않는데 만약 제작된다면 꼭 출연하고 싶어요. 또 ‘텔 미 썸딩’ 속 사연 있는 살인마 역도 해보고 싶고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보고싶다’ 같은 장르의 정통 멜로 역시 도전하고 싶네요. 퓨전 사극이나 악역도 환영이고요.”

지난해 ‘하이킥’부터 올해까지 줄곧 작품 활동을 이어간 박하선은 당분간 휴식을 취하며 좀 더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그는 “연말에는 늘 가족과 있었다. 이번 크리마스 때는 친구들과 함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내년에는 좋은 드라마와 영화 두 편 정도 하고 싶어요. 제 목표요? 그냥 무슨 역을 맡겨도 신뢰할 수 있는 배우였으면 좋겠어요. ‘저건 박하선 아니면 안 된다’라는 말이 듣고 싶어요. 대체 될 수 없는 배우가 되고 싶은 거죠.”

양지원 이슈팀기자 / jwon04@ 사진 황지은 기자 hwangjieun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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