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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제조사 15% “기술유출 피해”
뉴스종합| 2012-12-06 11:23
상의, 300곳 실태조사…
특허침해·디자인 도용 등 지식재산 피해 급증



#1. 1분 만에 무너진 공든 기술=일본과 중국에 화학제품을 수출하는 A사 임직원들은 요즘 충격에서 헤어나오질 못하고 있다. 3개월 전 퇴직직원 이모 씨가 재직 시 잘 알고 지내던 중국 기업에 원료 제조기술을 유출시킨 것. 중국 기업은 유출기술을 활용, 제품을 직접 생산해 중국시장에 판매했고, A사는 대중국 수출이 급감하면서 수억원의 피해를 입었다. A사 관계자는 “이모 씨가 USB로 1분 만에 빼돌린 그 기술에는 많은 사람이 수개월간 매달린 노력이 담겨 있었다”며 허탈해했다.

#2.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철강기업 B사=철강업계 대기업 B사는 요즘 회사 분위기가 크게 나빠졌다. 경쟁사 C사가 B사의 부품 원천기술을 빼내어 각종 입찰사업에서 B사를 밀어내고 있기 때문. 기술유출은 연구개발 업무에 관여했던 김모 과장의 소행. 성실하기로 소문났던 그는 올 초 B사의 기술을 빼낸 뒤 자취를 감춰버렸고 관련 기술을 C사에 거액을 받고 팔아넘겼다. TV 드라마에서나 일어날 일을 경험한 B사 임원은 “기술유출로 인한 피해액이 수십억원에 달하는 실정인데, 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히고 나니 앞으로 누굴 믿고 일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국내 상장 제조사 중 15%가 최근 1년 새 지식재산을 도둑맞은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기술유출 차단에 대한 업계 공동 대응책과 정부의 실질적인 지원이 시급하다는 분석이다.

대한상공회의소(회장 손경식)가 최근 300개 상장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국내기업의 지식재산 유출피해 실태와 정책과제’를 조사한 결과, ‘최근 1년간 핵심기술 유출, 특허 침해, 디자인 도용 등의 피해를 겪었다’는 기업은 14.7%에 달했다. 이들 기업의 지난 1년간 평균 피해 건수는 2.1건이었다.

주요 피해유형으로는 ‘산업스파이에 의한 기술유출’(51.0%)이 가장 많았고, ‘기술특허 침해’(26.0%), ‘상표ㆍ디자인 도용’(23.0%)이 뒤를 이었다. 업종별로는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23.8%), 정보통신(23.3%), 음식료(20.0%) 업종이 다섯 군데 중 한 군데 이상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철강(16.7%), 섬유ㆍ의복(16.7%), 조선(14.3%), 기계(12.2%), 유화(6.8%) 등의 순이었다. 규모별로는 대기업(17.4%)의 피해가 중소기업(13.5%)보다 다소 많았다.

문제는 국내기업들이 기술유출이나 지재권 침해를 당해도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이다. 지식재산 침해 시 대응방안을 묻는 질문에 ‘소송이나 분쟁조정 등 법적 절차로 강력 대응한다’는 응답은 25.0%에 그친 반면, ‘특별한 대응을 하지 못하거나 상대 회사에 시정을 요구하는 수준’이라는 답변은 75.0%나 됐다. 기업들이 적극적인 대응을 못하는 이유로는 ‘소송 등의 절차를 거쳐도 실효성 있는 손해배상을 받기 힘들어서’(44.4%), ‘절차가 까다롭고 비용도 많이 들어서’(22.2%) 등이 거론됐다. 

김영상 기자/ys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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