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핀란드 등 북유럽 국가들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유럽의 한가운데 위치한 오스트리아도 잘 갖춰진 사회보장 제도 및 공교육 시스템 등으로 인해, 빈부의 격차가 상대적으로 적은 ‘살기 좋은’ 나라 가운데 하나로 한국인들에게 인식되어 왔다.
그러나, 최근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글로벌 금융 위기, 유럽 재정위기 등 대내외적인 사건들로 인해, 오스트리아에서도 부자는 더욱 부유해지고 가난한 사람들은 더욱 가난해지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오스트리아 사회부가 최근에 발표한 ‘사회보고서(Sozialbericht) 12’에 따르면, 2005년 이후 오스트리아 사회의 빈부 격차는 더 심화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2010년 말 기준 오스트리아 국민 중 ‘현저한 빈곤’ 상태에 놓여 있는 사람들의 숫자는 85만 5000명으로 이는 5년 전인 2005년 말에 비해 거의 2배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이는 오스트리아 전체 인구의 6.2%에 해당하는 숫자로, 이 비율 또한 5년 전의 4.6%에 비해 큰 폭으로 늘었다. ‘현저한 빈곤’ 상태란 연 소득이 국민소득 중간값(median)의 40%에 미치지 못하면서 건물의 난방이나 월 필요 지출을 제대로 감당할 수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이러한 빈곤층의 확대와는 반대로 같은 기간 동안 부의 집중화는 더욱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오스트리아 상위 5%이 보유한 금융 및 실물 자산은 평균 257만 유로인 반면, 하위 50%가 보유한 평균 자산 규모는 1만 8500유로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5년 전 조사에 비해 상위 5% 계층의 보유 자산 규모는 크게 증가한 반면, 하위 50%층의 자산 규모는 오히려 줄어들었는데 가장 큰 이유는 이들 하위 계층의 주 소득원인 근로소득 증가 속도가 금융, 부동산 등의 자산소득 증가 속도에 크게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는 근로 소득이 전체 국민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의 감소로 이어졌다. 5년 전 75%에 달했던 비중이 이번 조사에서는 67%까지 줄어들었다. 근로 소득자 가운데서도 ‘높은 연봉’을 받는 고소득자들의 소득 증가 속도가 저소득자들을 크게 상회하고있다. 상위 20% 고소득자들의 근로 소득 금액 합계가 전체 근로 소득 금액의 절반 가까이(47.4%)를 차지하고 있다.
빈부간의 격차는 통상적으로 사회복지 비용 지출 등 국가가 적극적으로 개입함으로써 그 차이를 완화시키는 역할을 수행하는 데, 그 동안 경기 불황, 국가 재정 건전화 노력 등의 이유로 이러한 사회복지 비용의 비중이 2009년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는 것도 빈부 격차 심화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특히, 오스트리아 헌법재판소의 상속ㆍ증여세 위헌 결정으로 2008년 8월 1일부터 관련 세금이 폐지되었는데, 이같은 상황도 ‘부유층’ 재산 증가에 어느 정도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이다.
이번 조사를 수행한 수석 연구원에 따르면, 오스트리아 사회 복지 비용 지출 규모는 인구 고령화 등 수요 측면에서의 확대에도 불구하고 2030년에도 현재의 수준과 비슷한 전체 정부 지출의 30% 수준에 머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오스트리아의 빈부 격차 심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정치적 또는 경제적 측면에서의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도형 코트라 빈 무역관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