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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수수료 싸움에 등터지는 소비자
뉴스종합| 2013-01-08 11:30
동대문구 신설동에서 영세한 식당을 운영하는 김정식(43ㆍ가명) 씨는 이번 카드법(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에 “득보다 실이 많은 것 같다”며 한숨부터 쉬었다. 법 개정의 가장 큰 취지는 대형 가맹점이 누리던 혜택을 중소 가맹점에도 돌려주자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김 씨의 식당도 기존 1.8%에서 1.5%로 수수료율 인하 혜택을 봤다. 고마운 마음이 든 것도 잠시, 이후 신용카드의 부가서비스가 축소되고 혜택을 주는 전월 실적 조건이 강화되는가 하면 이용 한도를 줄이겠다는 메일을 받았다. 각종 업체에서 무이자 할부 혜택이 증발해버린 것에 큰 충격을 받았다. 김 씨는 “연매출 1억원 남짓의 우리 가게가 카드 수수료율 0.3%포인트 인하로 얻는 혜택은 기껏 30만원”이라며 “반면에 너무 많은 혜택이 사라져버린 느낌”이라고 답답해했다.

여전법 개정으로 수익성이 악화된 카드사와 대형 가맹점이 서비스를 급격히 축소하면서 소비자 혼란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소비자들의 누적된 불만은 결국 ‘무이자 할부 서비스가 중단’에서 크게 터져나왔다. 작년 기준 할부서비스 이용금액 68조원의 70%가 무이자였을 만큼 ‘무이자 할부’는 서민들의 삶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던 서비스이기 때문이다.

갑작스러운 무이자 중단은 카드사와 대형 가맹점 간 줄다리기 때문이다. 그동안 카드사가 대부분 부담했던 할부 이자는 새 여전법에 따라 대형 가맹점도 절반을 부담해야 한다. 그러나 대형 가맹점들은 이를 거부했고, 이에 질세라 카드사들도 서비스를 중단해버린 것이다. 여전법의 취지는 한쪽으로 쏠린 부담을 공평하게 나누자는 것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소비자들이 그 부담을 짊어지게 됐다.

법 제정은 처음에는 느슨하게 하고 점차 각론을 꼼꼼하게 잡아가는 것이라고 한다. 새 여전법의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 부작용이 서민생활 안정이라는 법의 기본 취지를 압도할 만큼 커지기 전에 금융당국이 발벗고 나서야 할 것이다.

경제부 이자영 기자/nointeres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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