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일반
‘메뚜기 신세’ 재정부 관료들
뉴스종합| 2013-01-14 11:16
토요일인 지난 12일 오전 10시. 스산한 날씨의 서울 명동성당 뒤편에 위치한 은행회관에 40~50명의 사내들이 들어갔다. 대한민국 경제정책을 총괄해 이끌어 나가는 기획재정부 공무원들이다.

김규옥 기획조정실장을 비롯한 1급 공무원 대부분과 박춘섭 대변인 등 주요 국ㆍ과장들이 번듯한 사무실이 있는 세종시가 아닌, 서울 명동의 은행회관으로 긴급 소집된 것이다.

정부청사에서도 한날 한시에 모아놓기 힘든 경제정책 고위공무원들이 한자리에 모인 이유는 다음 날 서울 삼청동 금융연수원에서 예정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획재정부 업무보고를 앞두고 마지막 점검을 하기 위해서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한 고위공무원은 “대부분의 고위공무원들은 아직 집이 서울에 있어 주말에 회의를 하려면 서울서 모여야 하는 상황”이라며 “하지만 서울에는 많은 사람이 모일 수 있는 회의 공간을 확보할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은행회관의 은행연합회에서 사무실을 빌려 쓰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아직 과천에 사무실을 두고 있는 지식경제부 공무원들이 사무실에서 마지막 점검을 마치고 다 함께 단체버스를 타고 삼청동을 향한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결국 재정부 공무원들은 토요일 내내 명동 임시 거처에서 회의를 할 수밖에 없었다. 멀쩡한 세종청사를 두고 왜 남의 사무실에서 민폐냐고 말할 수도 있지만 현실을 보면 이해할 수밖에 없다. 업무보고에 들어가는 공무원들의 집도, 인수위 보고장소도 서울인 마당에 휴일에 고속버스나 KTX를 타고 세종시까지 내려가서 회의를 하는 것은 비효율이기 때문이다. 그나마도 주중에는 은행회관에 이렇게 많은 인원이 들어갈 자리를 얻기는 불가능하다.

업무보고에서 재정부는 박근혜 당선인의 공약 이행을 뒷받침할 재원 확보 대책을 마련하라고 주문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청와대 등 유관기관들과의 공조를 위해 먼저 서울에 사무소 공간이라도 마련해줘야 하는 것 아닐까. 회의 공간을 찾아 단체 메뚜기 신세인 국가 경제정책의 주역들이 안쓰럽다.
 
yjs@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