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7년에 처음 열린 CES는 원래 미국 소비재 전자산업 종사업체들의 모임인 가전제품 제조업자협회(CEA)가 주최한 전시회였다. 초기에는 오디오, 비디오, 카오디오 등 AV 관련 기기가 대부분이었는데 IT 기술의 진보에 따라 점차 컴퓨터, 휴대폰, 소프트웨어 등 IT관련 제품으로 확대됐다. 지난해 까지는 스마트 디바이스의 보급 확대로 스마트폰, 태블릿PC 등이 중심을 이루었는데 올해 열린 CES 2013에서는 TV, 냉장고, 세탁기, 청소기 등 실생활에서 사용되는 가전들이 대거 등장했다. 주목할 점은 이 가전들이 스마트 디바이스를 중심으로 하나의 네트워크를 형성하며 스마트홈이라는 개념으로 묶여졌다는 것이다.
CES 2013에서 선보인 토시바의 홈클라우드. [사진=doctortecno.com] |
일본의 토시바가 선보인 ‘Home Cloud’는 가전과 클라우드 그리고 스마트그리드가 결합해 편리함과 전기절약이라는 2가지 가치를 동시에 제공한다. 스마트폰을 통해 각 가전제품이 소비하고 있는 전력량을 체크하고 외부에서 원격으로 전원을 제어할 수 있는 것은 기본이고 설정된 가정 내 총전력사용량에 따라 자동으로 가전제품들이 상호연동해 스스로 전력량을 조절할 수 있다. 가족들이 식사를 할 경우에는 TV가 스스로 전원을 끄고 거실과 각 방의 조명을 낮추는 등 상황에 맞게 가정 내 전력소비를 조절, 불필요한 전기낭비를 줄여준다. 스마트TV를 통해 영화를 보면 거실의 LED조명이 영화감상에 적합한 정도로 자동조절되고 영화가 끝나면 원래대로 조명이 밝아진다. 전력소비가 큰 전자레인지를 사용할 때는 세탁기가 스스로 일시 정지되었다가 전자레인지 사용이 끝나고나서야 세탁을 시작한다.
한국업체들이 선보인 스마트 가전들도 이에 뒤지지 않는다. 와이파이 기능이 탑재된 냉장고는 스마트폰에서 작성된 메모나 사진을 공유하여 가족간 커뮤니케이션을 가능하게 한다. 세탁기는 스마트폰으로 집밖에서 원하는 시간에 세탁을 할 수 있게 하고 로봇청소기는 음성으로도 간단히 원격 제어가 가능하며 모니터링 기능을 이용해 방범 기능으로까지 활용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스마트 TV와도 연계하여 TV시청 중에도 세탁완료나 청소완료, 냉장고 문 열림 상태를 메시지로 알려준다. 서로 아무런 연관성이 없을 것 같은 각각의 스마트 가전들은 네트워크를 통해 상호소통하며 주인에게 최고의 가치를 제공한다.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갖춘 스마트 가전은 생활을 편리하게 하는 도구에서 스마트라이프의 구성원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미래의 스마트 가전은 사람은 물론, 기계와도 소통하여 편리함과 효율성을 제공해 집안 전체, 더 나아가서는 사회 전체를 스마트하게 만들어 준다.
4일간 열린 CES는 우리에게 잠시나마 타임머신을 타고 미래여행을 다녀온 듯한 신기한 체험을 선사했다. 하지만 이 신기한 체험들은 먼 미래가 아닌 몇 년안에 우리 앞에 펼쳐질 현실들이다. 조만간 실현될 SF영화 같은 미래의 스마트라이프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조금씩 현재의 스마트라이프에 적응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KT 경제경영연구소 김재필 팀장/kimjaepil@k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