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1번지
정치권, 기부금 막는 소득공제법 앞장…앞에선 ‘복지’, 뒤에선 ‘딴지’
뉴스종합| 2013-01-24 10:37
‘지지하는 국회의원에게 10만원 기부하고, 교회나 절에 냈던 헌금이나 시주 영수증 꼬박꼬박 챙기고…’

연말정산을 앞두고 적게는 소득의 10%에서 많게는 30%까지 공제(과세소득에서 제외)받을 수 있는 기부금을 이용한 세테크 풍경이다. 그러나 이 같은 모습은 올해가 마지막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불경기, 그리고 복지 확대에 따라 10원짜리 한 푼이 아쉬운 정부와 국회가 은근슬쩍 기부금의 소득공제 한도를 크게 낮추는 법안을 통과시킨 까닭이다.

24일 정치권에 따르면 내년 소득공제 정산부터 정부가 지정한 사회복지법인, 문화예술단체, 환경보호운동단체, 종교단체에 대한 기부금의 공제 한도를 대폭 낮춘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적용한다. 지난 1월1일 자정, 예산안과 함께 은근슬쩍 통과된 법이다. 정치권의 늘어나는 복지정책에 재원 마련이 급해진 정부가 제안하고, 총선과 대선에서 줄기차게 ‘증세’ 또는 ‘세원확대’를 외친 여야 정치권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소득공제 항목 편입 이후 매년 그 혜택이 늘어왔던 공익성 기부금이지만, 정치권의 ‘야합’에 희생된 셈이다.

이번 개정안은 지정기부금을 보험료, 의료 및 교육비, 신용카드, 주택자금, 청약저축, 우리사주조합납입금, 중소기업창업투자조합출자금 등과 함께 묶어 공제 상한을 2500만 원으로 제한했다. 일반적으로 항목별로 수 백~수 천 만원에 달하는 의료, 교육, 신용카드, 주택자금 등에서 한도인 2500만원이 채워질 경우, 사실상 기부금은 소득공제 항목으로 인정받기 어렵게 된다.

문제는 복지확대를 위한 법이 결과적으로 복지의 기본인 ‘나눔’ 정신을 훼손시킨 데 있다. 그런데도 법을 통과시킨 당사자인 정치권은 발뺌이다. 여당인 새누리당은 “이런 법이 함께 다뤄졌는지 조차 몰랐다”며 “다시 검토해보겠다”는 황당한 답변을 내놨다.정부와 여당의 잘못된 정책을 감시해야할 제1 야당인 민주당조차도 이날 아침에 열린 고위정책회의에서 이 문제 만큼은 입을 다물었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정부의 1차 개정안에는 기부금은 없었으나 생활비 항목만으론 세수 증대 효과가 없다고 판단하고 재정부에 수정을 요구했다”며 사실상 여야 국회의원들이 만든 작품이라고 시인했다. 기부금 소득공제 한도 설정에 대한 비판적인 여론에 정치인들이 침묵을 지킨 이유다.

이와 관련 한 직장인은 “기부를 받기만 했지, 정작 해 본 적은 없는 공무원이나 국회의원들이 관심이나 있겠냐”며 앞으로는 복지로 생색내고 뒤로는 기부를 가로막은 행태를 비판했다.

최정호 기자 / 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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