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1번지
가족 · 친구같은 靑비서실장이 필요해!
뉴스종합| 2013-01-24 12:12
박정희 시대 통치기반 구축 이후락형
국정 좌지우지한 관료 출신 김정렴형

DJ때 정부·국회 영향력 행사 박지원형
盧에 “동업자”라 불린 2인자 문재인형



박근혜 정부 5년의 정부 조직개편도 청와대 개편도 끝났다. 이젠 내각을 통할할 국무총리와 청와대를 이끌 비서실장 인선만 남았다. 세간의 관심은 총리에 쏠려 있지만, 권력의 센서는 비서실장에 맞춰져 있다. 권력의 원점(原點)인 대통령에 물리적이든, 심리적이든 가장 가까운 이가 비서실장이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대통령실장을 비서실장으로 굳이 되돌린 것도 ‘청와대 조직 축소’라는 명분과 함께 그만큼 ‘(비서실장을) 개인적으로 더 가까이 두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특히 최초의 여성 대통령, 미혼 대통령인 박 당선인에게 청와대 파트너가 될 비서실장은 그 어느 대통령보다 역할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심지어 청와대의 인사추천권까지 이미 보장받은 자리다.

▶경무대서장→‘권력의 핵’ 비서실장=‘권력의 꽃, 권부의 2인자, 내각 중의 내각, 그림자.’ 청와대 비서실장을 수식하는 말이다. ‘국가 최고 권력인 대통령의 국정 수행을 보좌하는 대통령 직속기관의 최고 책임자’가 사전적 의미라면, 이들 수식어는 역대 대통령 비서실장들의 힘과 권력을 그대로 보여준다. 권력의 부침도 유독 심했다. 오죽하면 인생에 가장 후회되는 일로 “비서실장을 맡은 것”을 꼽았을 정도다.

청와대 비서실장이 처음 등장한 것은 1960년 제2공화국부터다. 이전까지 경무대로 불렸던 대통령의 집무, 주거공간이 청와대로 이름을 바꾸며, 경무대서장도 청와대 비서실장이라는 공식 직함을 달게 된 것이다. 초대 청와대 비서실장은 주일 총영사였던 이재항 씨다. 하지만 당시 비서실장은 정책 조언보다는 외부 의전을 위한 자리였다. 외교관이 비서실장으로 임명된 것도 이런 까닭이다. 


▶박근혜 당선인은 무슨 생각할까=박 당선인의 비서실장 인선을 예측하려면 역대 대통령들의 ‘실장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것은 박 당선인의 아버지인 박정희 대통령의 경우다. 청와대 비서실장이 ‘권부 2인자’로 부상한 것은 박정희 대통령 시절부터다. 18년에 걸친 박 대통령 통치 기간에 비서실장은 전반기 7년을 맡은 이후락, 후반기 9년을 담당한 김정렴 두 사람이 거의 전부다. 둘의 공통점은 군부 출신이 아니면서도 박 대통령에 대한 충심(忠心)으로 똘똘 뭉쳤다는 점이다.

하지만 스타일은 조금 달랐다. ‘제갈조조’로 불린 이후락 실장은 탁월한 수완으로 박 대통령 전반기 통치의 기틀을 구축해 비서실을 명실상부한 최고의 권력기관으로 격상시켰다.

권력기반이 공고해진 후 비서실장을 맡은 김정렴 실장은 관료 출신답게 국정을 사실상 지휘했다. 김 실장은 매주 월요일 비서관 전체회의, 또 매달 주요 부처 장관들과 연석회의를 갖고 대통령에게 보고할 사항, 또 대통령의 지시사항을 전달했다. 국정 전반을 좌지우지했던 셈이다. 3선 개헌과 유신으로 이반된 민심을 달래기 위해서는 경제와 통일 등 정책으로 가려운 곳을 긁어줄 필요가 컸기 때문이다. 김 실장은 정부를 효율적으로 관리감독, 지휘하면서 이 역할을 수행했다. 김 실장의 근무기간은 박 당선인이 영부인대행 역할을 하던 때와도 거의 겹친다.

박 당선인이 정치력으로 승부를 보려면 ‘이후락형’을, 정책으로 승부를 보려면 ‘김정렴형’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

▶‘박지원형’스타일은?=하지만 헌정사에 참고해야 할 또 다른 실장의 유형은 있다. 김대중 대통령 시절 ‘박지원형’이다. 당시 박지원 실장은 등장 전부터 공보수석, 정책특보, 문화부 장관 등을 거치며 정부는 물론, 여의도 국회까지 영향력을 미쳤다. 그는 남북 정상회담 예비접촉에도 직접 나설 만큼 김 대통령의 ‘복심’으로 통했다. 만약 박 당선인이 ‘친박(親朴)’계에서 비서실장을 뽑는다면 ‘박지원형’이 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다소 외향적인 ‘박지원형’은 과묵하고 내성적인 박 당선인과 상호보완적일 수 있다. 때문에 지나치게 외부에 ‘실세’로 규정될 경우 충돌할 가능성도 크다. 측근일수록, 핵심일수록 외부에 노출을 꺼려하는 박 당선인의 스타일을 감안할 때 선택확률이 낮은 스타일이다.


▶동지형 비서실장은=한편 노무현 대통령의 간판 비서실장인 문재인 전 민주당 후보의 경우 박 당선인이 가장 선택하지 않을 유형이다. 문 비서실장은 2번의 민정수석, 시민사회수석, 정무특보를 거쳐 청와대 내 최고 자리에까지 올랐다. 그는 항만노조 파업, 경부고속철 반대 시위 현장에 관계 부처 장관들을 제치고 직접 나서며 언론의 조명을 받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그를 “동업자이자 동지”라고 불렀는데, 역시 ‘2인자’를 꺼리는 박 당선인이 ‘동업형 비서실장’을 택할 가능성은 거의 ‘0’에 가깝다는 게 정치권의 관측이다.

비정치인, 비관료 출신의 인수위를 구성한 박 당선인의 전력으로 볼 때 통치에 도움을 줄 실무형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 그럴 경우에는 핵심수석으로 꼽히는 국정기획수석이나 미래전략수석 부문에 박 당선인의 복심(腹心)을 읽을 실질적 비서실장을 둘 수도 있다.

▶전문가들이 권하는 비서실장형은=“구중궁궐, 적막강산에서 긴긴 밤을 지새워야 하는 대통령을 생각해본 적이 있냐.” 전문가들은 지근거리에 가족이 없는 박 당선인의 입장을 헤아려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최고통치자, CEO의 공통점은 고집스럽기도 하며, 때로는 변덕도 부리고, 가장 외로운 자리라는 게 정설이다. 대통령이 독단에 빠지지 않고, 일관된 국정수행을 하도록 돕는 게 비서실장의 역할이다. 특히 한 경제연구소 소장은 “북악산 아래 좁은 공간에 갇혀있는 박 당선인에게는 동고동락을 같이할 수 있는 친구, 아무런 거리낌 없이 마음이 통하는 말벗, 가족 같은 존재가 비서실장의 역할”이라고 했다.

홍길용ㆍ최정호 기자/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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