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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엔…때아닌 함박눈도 좋아라
뉴스종합| 2013-02-04 11:02
한적한 시골길에 함박눈이 내린다. 갑자기 찾아온 눈에 어머니와 아들의 발걸음은 분주하다. 물동이를 인 어머니 옆으로, 아들은 겉옷을 우산 삼아 높이 뻗쳐 들었다. 소년은 개구장이이자, 코흘리개임에 분명하다. 왼쪽 가슴에 매달린 하얀 코닦개가 이를 증명한다. 사이 좋은 모자(母子) 앞으로, 멍멍이도 신이 났는지 저 먼저 달려나간다.

이 푸근하니 정겨운 사진은 사진가 강운구(72)가 지금으로부터 30년 전에 전북 장수에서 찍은 사진이다. 작가는 ‘그날 설핏하게 기울던 해가 구름 속으로 잠겼을 때, 느닷없이 함박눈이 쏟아졌다. 궁핍하던 시대에 궁핍하던 사람들이 짓던 이 넉넉한 표정과 분위기는 도저히 말로는 설명할 수 없다’고 자신의 책 ‘마을 삼부작’에 썼다. 

이영란 선임기자/yrlee@heraldcorp.com

강운구 작 ‘전북 장수군 수분리(水分里) 1973년’.                                                              [사진제공=한미사진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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