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마이클 델이 한때는 세계를 호령한 델을 사모펀드에 힘없이 넘겨준 것처럼 보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러나 이번 인수전은 마이클 델이 오랜 시간 준비한 고도의 전략이다. 델은 노트북과 PC 시장에서 애플, HP 등 경쟁사에 한참을 밀려날 것을 예상이라도 한 듯 2008년 경영에 복귀하자마자 변신을 꾀했다.
고급형 PC와 태블릿으로 애플에 맞설 것인가, 아니면 저가형 PC로 중국, 대만업체와 경쟁할 것인가의 기로에서 그는 제3의 선택을 했다. 개인용 컴퓨터 업체에서 기업용 컴퓨터 및 종합 IT 서비스 업체로 변신을 택한 것. 이를 위해 5년간 20여개의 IT 서비스 업체를 인수합병하며 변화에 집중했다.
주가는 점점 떨어졌지만 델에게는 오히려 호재였다. 더 적은 자금으로 델을 비상장으로 전환할 수 있는 데다 비공개 기업이 되면 월가 애널리스트의 치열한 감시망에서도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매각 과정에서 마이크로소프트(MS)의 지원이라는 ‘횡재’도 얻었다. MS는 이번 매각에서 20억달러를 투자하며 델의 비상장 전환에 일조했다.
델은 MS를 통해 자사의 브랜드 공급망을 강화하고 클라우드 등 소프트웨어 보완이 가능할 전망이다. 최근 윈도8의 시장 반응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MS도 델을 통해 하드웨어 제조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다.
상호 수지타산이 맞는 딜로 PC업계가 위태로워지면서 함께 역사의 뒤안길을 쓸쓸히 사라질 위기였던 두 회사는 회생의 전기를 마련할지 주목된다.
결국 델과 MS가 환상의 짝꿍이 될지, 서로 간의 물귀신이 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
델이 뒷방 늙은이로 전락할 것인지 아니면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고 애플의 경쟁자로 우뚝 설 것인지, 마이클 델의 승부사적 기질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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