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아메리칸 드림’ 김종훈에게 맡겨진 ‘창조경제 드림’이라는 또다른 신화 창조
뉴스종합| 2013-02-18 09:52
[헤럴드경제=신상윤 기자]서울 정릉의 산동네에 살던 가난한 중학생은 우리 나이로 열여섯 되던 해에 가족과 함께 머나먼 이국 땅,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 그는 메릴랜드주(洲) 빈민촌에서 정부가 준 식권으로 끼니를 때웠다. 하지만 꿈을 잃지 않았다.

아버지와의 불화로 집에서 독립한 뒤 낮에는 학교에 다니고 밤에는 대학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 편의점에서 일했다. 장학금을 받고 존스홉킨스대 전자공학과에 들어가 3년 만에 우등졸업했다. 이후 해군 장교로 7년간 복무하며 핵 잠수함을 탔다. 시간을 쪼개 기술경영학 석사학위도 땄다.

잠수함을 타고 바닷속을 누빌 때에도 그의 머리에서는 창업 아이디어가 샘솟았다. 비동기전송(ATM) 기술로 세계 각지의 전쟁터와 음성ㆍ영상으로 교신하는 것이다. 제대 후 통신기업에서 일하며 공학 박사학위를 2년 만에 받은 그는 돈을 모아 첫 딸의 이름을 딴 통신장비업체 유리시스템즈를 세웠다. 군 복무 경험을 살려 미군에 통신장비를 납품하기 시작했다.

유리시스템즈는 고속성장했다. 그는 1998년 회사를 루슨트 테크놀로지에 11억 달러에 팔고 5억1000만달러 어치 지분을 받아 38세의 젊은 나이에 ‘잭팟’을 터뜨렸다. 이듬해 잡지 ‘포천’이 선정한 미국의 40세 이하 부자 40명에도 뽑혔다.

그 중학생이 38년만에 금의환향(錦衣還鄕)해 모국의 ‘미래 먹거리’를 책임질 정부 부처 수장(首長)으로 선임됐다.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내정자의 ‘성공 신화’ 이야기다.

앞으로 김 내정자에게는 과제가 산적해 있다. 그 전에 그는 장관에 내정되기 불과 며칠 전 대한민국 국적 회복 절차를 밟기 시작한, 이른바 ‘이중국적’ 논란을 풀어내야 한다.

기업인 출신인 김 내정자가 1000명이 넘는 거대한 공무원 조직을 이끌 수 있을 지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대다수 과학기술계와 IT업계 관계자는 “한국어를 잘하는 편이지만 지난해 서울대 학위수여식 축사도 영어로 할 만큼 영어를 더 편하게 느끼고 있어 조직 내 소통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대한민국의 ‘신성장동력’ 발굴 여부다. 미래창조과학부는 박근혜 정부의 성패를 가늠할 핵심 부처다. 과학ㆍ정보통신기술(ICT)을 융합하고 산업을 통섭해 일자리를 창출하는 박 대통령 당선인의 ‘창조 경제론’을 뒷받침하는 역할을 한다.

김 내정자는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분야에서 글로벌 실력을 갖춘 벤처기업과 중소기업이 많이 나와 젊은이들에게 꿈과 좋은 일자리를 안겨주는 게 창조경제 아니냐”며 자신감을 보였다.

‘아메리칸 드림’을 이뤄낸 김 내정자의 어깨에 ‘창조경제 드림’이라는 박근혜 정부의 또 다른 신화 창조를 달려 있다.

k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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