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일호 교수 출간한 ‘문화와 미술’
저자는 사회적이고 문화적인 환경이 당대 미술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 주안점을 두고, 서양의 미술사를 기술했다. 고대에서부터 중세, 근대, 현대의 미술을 문화사적 관점에서 훑으며 미술양식의 변화를 조목조목 살핀 그의 글은 ‘미술은 그야말로 문화의 산물’임을 절감하게 한다.
저자는 “그간의 미술사 책들이 주로 미술사 이즘(주의) 위주로 서술됐는데, 미술도 문화의 산물이라 보고 문화사적 측면에서 주요 작품들을 살펴봤다”며 “또 건축, 지리, 역사 등을 최대한 많이 넣으려 했다”고 밝혔다.
또 ‘미술 작품은 삶의 내용을 바탕으로 다양한 조형적 형식을 보여주는 하나의 조형언어’라고 정의한 저자는 “예술은 자고로 그 자체만으로 존재한 적이 없다. 예술은 사회ㆍ종교ㆍ도덕ㆍ과학기술 등 다른 영역과의 관계 속에서 새로운 요소를 끌어들이기도 하고 배척하기도 하면서, 영역을 확장하고 그 자체의 목소리를 높여왔다”고 강조했다.
서울대 문리대 미학과 및 대학원(철학박사)를 나와 대전시립미술관장, 2008서울미디어아트비엔날레 총감독을 역임한 저자는 이번 책에서 역사의 흐름, 그에 따른 미술의 변화상을 차분히 정리했다. 무엇보다 미술 문외한도 편히 읽을 수 있도록 쉽고 간결하게 기술된 것이 특징이다. 미술이론서들이 난해하기 십상이지만, 흥미로운 일화를 인용하며 마치 이야기를 들려주듯 풀어낸 것.
아울러 최신의 혁신적 현대미술까지도 다루고 있는데 “컴퓨터, 비디오 등 신매체의 등장으로 사람들의 삶이 달라졌고, 미술도 미디어아트라는 새로운 표현수단을 더 갖게 됐다. 예술 경험의 영역이 커진 것이다. 이는 미술 자체가 변했다기보다 미술품으로 보여줄 수 있는 형식과 내용이 좀더 풍부해진 것이다”고 했다.
서양미술사 속 별처럼 많은 작가 중 세잔과 르네 마그리트를 특히 좋아한다는 저자는 “세잔은 감성과 이성의 균형을 이루려했던 점이, 르네 마그리트는 구체적 이미지들이 모순된 듯하면서도 지극히 철학적이라 좋아한다”고 밝혔다. 미진사 펴냄.
이영란 선임기자/yr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