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임영희가 챔프전에서 우승해도 감독은 세리머니 안해준다던데요?” “아, 하하하하하.”
전날 청주에서 경기를 마치고 올라와 피곤했을텐데 목소리는 한없이 밝았다. 만년꼴찌팀 우리은행을 맡아 부임 1년만에 정규리그 1위에 올려놓은 위성우(42) 감독. 이번 시즌 KDB 금융그룹 2012~2013 여자프로농구 정규리그에서 우리은행이 1위에 오른 것은 ‘위성우 매직’이라 불러도 무방할 것 같다.
지난 6년간 여자농구는 팬들의 관심 밖이었다. 1위는 신한은행 꼴찌는 우리은행으로 굳어져 돌풍이나, 이변이 없었다. 특히 우리은행은 무기력증에 빠진 팀이었다. 불미스런 일도 잇달아 있었고 4년 연속 바닥을 면치 못했다.
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리그 정상의 팀인 신한은행에서 함께 코치로 있었던 위성우 감독, 전주원 코치가 부임하며 팀은 변신하기 시작했다.
위성우 매직의 시작이었다.
그 출발은 선수들의 가능성에 대한 믿음이었다. 위 감독은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신한은행 코치로 있을 때도 우리은행 선수들의 플레이를 보면 기량은 분명히 있는데 왜 맨날 지는지 안타까웠다”며 “한번 맡으면 성적을 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에 감독제안을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위 감독은 선수들의 체력을 끌어올리고, 꼴찌불감증을 지워버리는데 집중했다. 현역시절 식스맨으로 뛰며 악착같은 수비와 근성으로 유명했던 위 감독이었으니 얼마나 선수들을 굴렸을지(?) 대충 짐작이 간다. 하루 7,8시간씩 훈련을 하며 체력을 키웠고, 집중력을 강화시켰다. 생전 못해본 지옥훈련이 이어지자 선수들의 불만이 터져나왔다. 하지만 자신들도 모르게 점점 강해지고 있었다. 전주원 코치는 “나도 현역 때 훈련 세기로 유명한 감독님 밑에 있었지만 그때 훈련량이 3이라면 우리은행 훈련량은 7정도 될거다”라며 웃었다.
위 감독은 비시즌 훈련을 치르고 연습게임을 해보면서 ‘플레이오프 진출은 충분하겠다. 이렇게 훈련하고도 못올라가면 더 이상 해볼게 없다’며 성적향상을 자신했다고 밝혔다.
반대로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40분 내내 악착같이 뛰는 우리은행 선수들을 보며 “몇 경기는 몰라도 시즌내내 저렇게 어떻게 뛰냐”며 의문을 제기했다. 하지만 그들의 예상은 빗나갔다.
위 감독은 “우리팀은 개개인의 가능성은 있지만 간판스타라고 할 에이스는 없었다. 이때문에 지독하게 뛰면서 조직력으로 극복해야한다는 걸 항상 강조했다”고 말했다. 위 감독은 선수들이 힘들다고 불만을 터뜨리는 모습을 보고 선수교체 한번 없이 5명만으로 게임을 치르는 도박을 감행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겼다. 위 감독은 “물론 모험이었다. 하지만 5명이 40분을 풀로 뛸 수도 있지 않느냐는 걸 보여줘 선수들을 자극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위 감독은 시즌 들어서도 훈련량을 별로 줄이지 않았다. 대개 남자나 여자프로농구팀들은 시즌에 들어가면 경기에 맞춰 컨디션을 조절하는 수준으로 훈련량을 줄인다. 하지만 위 감독은 선수들이 지쳤다고 쉬게 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고 판단했고, 훈련을 통해 업그레이드한다는 원칙을 고수했다.
불만이 없을 수 없었다. 이는 전주원 코치가 나서서 해결(?)했다. 위 감독은 “선수들이 전 코치를 통해서 불만을 얘기하면 모른 척하고 들어주고 풀어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기분전환을 위해 외식을 하기도 하고, 훈련 한탕을 취소하기만 해도 상당히 좋아하더라”고 활짝 웃었다. 훈련에 신물이 난 선수에게 훈련취소보다 반가운 선물이 있을리 없다.
위 감독은 자신의 지옥훈련을 잘 따라준 선수들에게 모두 고맙다고 하면서도 주장 임영희(34)에게 가장 고마워했다. 임영희는 우리은행에 오기 전까지 식스맨으로 주로 활약했던 선수. 하지만 에이스가 없는 우리은행으로서는 풍부한 경험을 가진 임영희가 그 역할을 해줘야한다고 생각했다. 위 감독은 “영희가 작년에 우리나이로 33세고, 결혼도 했다. 하지만 맏언니인 영희가 훈련을 군소리없이 잘 따라주니 후배 선수들이 따라올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임영희가 찬스나 고비에서 자신없는 모습을 간혹 보일때는 “네가 해줘야한다. 자신있게 하라”고 힘을 실어줬고 결국 우리은행의 에이스로 탄생했다. 물론 ‘우승하면 감독님은 세리머니를 해주지 않겠다’고 농담을 할 만큼 힘든 훈련에 고개를 내저었지만….
이제 우리은행은 24일 신한은행과 정규리그 최종전을 남겨놓고 있다. 1위팀인 우리은행은 챔프전에 직행했기 때문에 이 경기를 마치면 다소 여유가 있다. 위 감독은 “신한은행전 마치고 이틀정도 쉬게해줄 생각”이라고 말했다.
‘꼴찌의 기적’을 만들어낸 위성우 감독과 우리은행은 이번 시즌 여자프로농구의 히트상품이다.
김성진 기자/withyj2@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