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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경쟁력이 하청 단가 후려치기서 나오는 시대 지나”
뉴스종합| 2013-02-27 09:00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중소기업들을 좌절하게 하는 각종 불공정행위를 근절하고 과거의 잘못된 관행을 고쳐서, 어느 분야에서 어떤 일에 종사하던 간에 모두가 최대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것입니다.”(25일 박근혜 대통령 취임사 중)

경제민주화를 기치로 내건 박근혜 정부와 대기업과의 한판 줄다리기가 시작됐다. 이번 정부의 대기업 정책은 주로 중소기업들이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시장경제 질서 확립과 관련된 것들이다. ‘기업 프렌들리’ 정책을 펼친 이명박 정부와 사실상 대척점에 있는 것들이 많고, 대부분 대기업의 운신의 폭을 좁히는 규제들이기 때문에 반발이 적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이젠 대기업 집단, 이른바 재벌의 경쟁력이 협력업체 납품 단가 후려치기에서 나오는 시대가 저물었고, 중소기업을 보호하면서 함께 가지 않으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없게 됐다는 것이 박근혜 정부의 설명이다. 이에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페어플레이(공정경쟁)’를 위해서 ‘룰(원칙)’을 명확히 정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국정과제의 전략으로 ‘원칙이 바로 선 시장경제 질서 확립’을 내세우고 있다.

재벌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부정이 있을 경우에는 과거보다 엄격한 처벌을 할 방침이다. 과거 정부에서는 경제성장에 대한 기여를 인정받아 편법ㆍ탈법이 어느정도 이해되는 분위기였지만 이번 정부에서는 더 엄격한 잣대가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세부 국정과제에는 재벌들이 껄끄러워했던 공약들이 전부 포함됐다. 대기업들이 편법으로 계열사들에게 일을 맡겼던, 이른바 ‘일감 몰아주기’는 발붙이기가 어려워진다. 일감 몰아주기에 따른 부당이익을 환수할 뿐 아니라 총수 일가에게도 직접 과징금을 부과할 방침이다. 총수일가를 포함한 지배주주들이 횡령 등을 했을 경우 처벌 수위가 강화되고 사면은 받기 어려워진다.

대기업들이 가장 우려했던 신규순환출자 금지와 금산분리 강화도 그대로 채택됐다. 이들 조항은 삼성그룹을 포함한 많은 대기업집단들의 지배구조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밖에 지배주주의 횡령ㆍ회계부정행위에 대한 법집행을 강화할 방침이고, 애초 공약이 아니었던 출자총액제한제 부활, 기존 순환출자 해소 등은 국정과제에 실리지 않았다.

그러나 이같은 정책은 총수일가의 경영권 유지에도 직접 영향을 줄 수 있어 재벌들이 경영권을 방어하는데 급급해져 정작 필요한 투자는 하지 않는 부작용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한 재계는 가뜩이나 글로벌 경기상황이 좋지 않아 경영환경이 어려운데 정부 정책조차 투자의욕을 꺾고 있다는 불만이다.

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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