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대통령이 가톨릭 세례명까지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프란치스코 교황 취임 이후 드러난 청와대의 행보에서는 진한 아쉬움이 남는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등 세계 각국 정상과 국제기구 수장들은 새 교황이 탄생하자마자 앞다퉈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하지만 청와대는 14일 오후 늦게야 대변인 논평을 통해 축하의 뜻을 전했을 뿐이다. 영국 총리와 멕시코 대통령 등이 직접 축하 메시지를 보낸 것과도 차이가 나는 대목이다.
국정의 큰 틀을 짜고 고민해야 할 대통령이 모든 것을 다 챙길 수는 없다. 교황 취임 축하 메시지 같은 경우는 대통령의 참모들이 챙길 몫이다. 박 대통령의 모교가 새 교황을 배출한 예수회와 인연이 깊다는 점과, 교황이 세계 12억 가톨릭 신도와 교회의 수장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청와대 참모진의 무신경은 아쉬움을 넘어 놀라울 지경이다.
이번 사례는 그야말로 하나의 예에 불과하다. 새 정부 출범 뒤 정부조직법 개정안 장기 표류와 북한의 강도 높은 도발 위협 등 박 대통령은 내우외환에 처해 있건만 청와대 참모진의 모습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새 정부 청와대 참모진의 무능과 안일함은 5년 전 이명박 정부 초기 청와대 참모진과 비교하면 더욱 도드라진다. 이런저런 평가들이 있긴 했지만 곽승준, 박영준, 이동관 등은 자기가 맡은 분야를 확실하게 틀어쥐고 일사분란하게 대통령을 보좌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점수를 줄 만하다. 하지만 현재 청와대에서는 이정현 정무수석 정도를 제외하면 딱히 눈에 띄는 참모가 없다.
정치학자 로버트 길버트는 대통령은 늘 고독한 결단을 내려야 하는 ‘살인적인 자리’라고 했다. 우리나라의 전직 대통령들도 “밤이 되면 쓸쓸하다 못해 고독하다” “적막강산이 따로 없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현재 청와대 참모들을 보고 있노라면 대통령의 고독을 한층 더 심화시키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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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15일 학교 안전 점검을 위해 서울 종로구 창신동 명신초등학교를 방문, 학교 보안관으로부터 방문증을 발급받고 있다. 박 대통령은 학교 보안 및 안전, 급식시설 등을 종합 점검했다. 또 학교폭력을 성폭력, 가정폭력, 불량식품과 함께 ‘4대 사회악’으로 규정하고 척결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라고 정부에 지시했다. 정희조 기자/checho@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