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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일 싸움…국민없고 정치만 남았다
뉴스종합| 2013-03-18 11:26
“47일간 피터지게 싸운 게 이것 때문이야?” 정부조직법 개정안 협상이 타결된 17일, 새누리당이나 민주당은 “박근혜 정부 출범 21일 동안 국정 공백을 초래한 게 잇속 챙기기냐”는 비판에 할 말이 없게 됐다.

장장 47일씩이나 머리를 맞대고 ‘고민했다’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대부분 원안 그대로 합의됐다. ‘주요 쟁점’을 놓고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했던 순간들이 민망할 정도다.

대신 엉뚱하게 ‘국회 운영관련 합의사항’이 합의안에 포함됐다. 정부조직 개편과는 무관한 내용이다. “양보에 양보를 거듭했다”던 민주통합당은 국정원 댓글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 4대강사업 관련 감사원 조사 결과 미진 시 국정조사 실시 등을 이끌어냈다. 정부조직법과 무관한 야당의 요구에 연일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던 새누리당도 이석기ㆍ김재연 통합진보당 의원에 대한 자격 심사, 인사청문제도 개선 관련 법 개정 등을 얻어냈다.

정치권이 사상 초유의 내각 공백 사태를 감수하면서까지 ‘정치적 잇속’ 챙기기에만 몰두했음을 노골적으로 보여준 셈이다.

협상안을 받아든 여론의 비난은 정부조직법 협상이 공전할 때보다 더욱 거세다. 일부는 국회가 ‘식물 국회’의 비난 속에서도 묵묵히 제 갈 길을 가는 이유는 최적의 안(案)을 만들기 위한 고민 때문일 것이라 기대했다. 적어도 국가 행정과 직결되는 정부조직법 협상 테이블에서는 ‘나눠먹기식’ 정치협상은 없을 것이란 실낱 같은 희망의 목소리도 있었지만, 이날 협상안 발표로 그 희망마저도 무색해졌다. 한 정치전문가는 “협상의 기본마저도 지키지 못했다”고 맹비난했다.

비난의 눈초리에도 여야의 ‘양보 타령’은 여전하다. 박기춘 민주당 원내대표는 “너무 많은 걸 양보해 가지고 걱정이 눈앞을 가린다”고 밝혔다. 원안 그대로 협의된 것을 두고 한 말이다. 이철우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은 “대화와 타협의 정신을 발휘해서 야당의 주장을 상당부분 포함시키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민주당의 요구를 수용한 것을 염두에 둔 발언이었을 것이다. 서로의 뱃속을 챙겨주기 위해 ‘양보’만을 거듭했다고밖에 들리지 않는다.

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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