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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꺼낸 추경카드…재보선 부담?
뉴스종합| 2013-03-20 11:44
정부가 경기침체에 맞선 부양책으로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4년 만에 추진하고 나섰다. 그러나 새 경제사령탑으로 내정된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의 임명이 지연되고 있어 시기가 다소 이른 감이 있다. 이를 두고 정부가 재보궐선거가 열리는 4월 전에 추진함으로써 조기 승부를 보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재보선 정국’ 피하기?=추경은 김대중 정부 이후로 매 정권의 첫해마다 편성돼 왔다. 추경을 통해 지난 정부 5년이 경과하면서 다소 느슨해진 경기 사이클에 재정 투입을 통한 ‘자극’을 주는 효과를 입을 수 있고, 새 정부가 경제정책에 이니셔티브(주도권)를 행사하겠다는 메시지를 시장에 전달하는 역할도 한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정부조직법 때문에 시간을 다 소비했고, 다음달엔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가 출마한 재보선이 예정돼 있어 사실 추경 카드를 꺼낼 타이밍 잡기가 어려웠다. 재보선 결과에 따라 정국의 구도 변화가 어떻게 이뤄질지 몰라 국회 동의를 얻어야 하는 추경을 마냥 미뤄놓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었다. 이 때문에 현 후보자 임명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이라도 강행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란 관측이다. 


▶1분기 얼마나 안 좋길래=지난해까지 재정건전성 악화를 이유로 추경에 반대했던 정부의 태도가 바뀐 것은 1분기 성장률 성적표가 예상보다 저조한 데서 온 위기의식 때문이란 분석이다. 재정 부담을 무릅쓰고서라도 분위기 반전이 필요했다는 판단을 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4분기 우리나라 성장률은 전 분기 대비 1%를 밑돌면서 7분기 연속 0%대를 기록했다. 각 경제연구소들에 따르면 올 1분기 성장률도 1%대에 머물 것이란 예상이다. 올 평균 성장률도 2%대가 될 것으로 한국은행은 전망하고 있다.

정부는 10조원 안팎 규모로 추경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주로 일자리와 민생 관련 사업에 집중 배정할 것으로 보인다. 오는 22일 대통령 주재 비공개회의를 열어 추경 여부를 최종 확정하고, 26일 발표할 새 정부 경제정책 방향에 담길 예정이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에는 1차, 2차 두 번에 걸쳐 12조5000억원의 추경을 짰다. 참여정부 첫해인 2003년에는 경기침체로 1차, 태풍 매미 탓에 2차 추경을 편성했다. 이명박 정부 1년차에는 고유가 파동에 따른 민생안정을 위해 4조6000억원의 세출을 늘렸다.

▶멀어지는 ‘균형재정’=그러나 추경 재원 마련을 위한 적자국채 발행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면서 정부의 균형재정 달성이 사실상 물 건너간 분위기다. 막대한 규모의 복지재원 마련을 위해 마른 수건을 짜고 있는 상황에서 추경 때문에 빚을 추가로 얻게 된 셈이다. 정부는 이미 올 예산안의 관리재정수지(재정수입-재정지출)를 4조8000억원 적자로 편성한 상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0.3% 적자 수준이다. 재정부는 이 정도 규모는 균형재정이라고 말했지만 국채를 발행해 추경 예산 재원으로 활용하면 박근혜 정부도 적자 재정의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우려된다.

서경원 기자/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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