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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크엔드] 미국 주도의 글로벌 금융 거버넌스…투기자본 제한은 요원한가?
뉴스종합| 2013-03-22 06:55
[헤럴드경제=이태형 기자]국제 금융 거버넌스는 세계 경제의 흐름에 맞춰 그 모습과 명칭을 바꾸며 변신을 시도해 왔다. 그러나 투기자본이 만연해 있는 작금의 현실에 대해 현 국제협의체가 실질적인 대응책을 내놓지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여전히 각 국가 간 이해관계가 엇갈리고 선진 금융기법을 갖춘 국가들의 시장 자유화 요구가 높기 때문이다.

▶브레튼우즈 체제에서 G7까지=오늘날 세계 금융체제의 시작은 1944년 브레튼우즈체제의 출범에서 찾을 수 있다. 전후 외환금융시장을 안정시키고 무역 활성화를 위해 각국의 통화를 달러 기준으로 일정하게 유지하는 ‘고정환율제’를 채택했다. 기준이 되는 달러는 금 1온스당 35달러로 정했다. 이 같은 국제통화제도를 관장하는 기구로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IBRD)이 설립됐다.

금융과 무역부문에 새로운 제도를 정착시켰다는 평가를 받는 브레튼우즈체제는 베트남 전쟁 비용과 국내 복지비용 지출로 1971년 닉슨 미국 대통령이 달러를 금과 바꾸는 금태환을 정지시킴으로써 금융부문이 사실상 와해됐다. 1976년 자메이카 킹스턴에서 금 공정가격 철폐와 변동환율제 등이 선진공업국 간에 논의되면서 브레튼우즈체제는 ‘킹스턴체제’로 바뀌게 된다.

이후 서방선진 7개국(G7)과 같은 정부 간 협력체가 출현한다. 국가 수가 제한돼 협력이 용이하고, 조약과 달리 구속력이 높지 않았다. 특히 미국은 앞선 금융제도를 이유로 자유로운 금융거래를 통해 국익의 극대화를 꾀할 유인이 컸다. 그러나 소수정예의 협의체는 대표성과 정당성 측면에서 취약했고, 개도국 부채나 빈곤 문제 해결에 무력함을 노출했다.

이후 1997~1998년 금융위기를 계기로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가 출범했다. 동아시아신흥시장 국가들을 국제금융 거버넌스에 포함시켜 금융 안정성을 제고시킬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G20의 역할과 한계=1999년 20개국 재무장관회의는 G7의 하부기관으로 기능했지만, G20 정상회의의 출범은 러시아를 포함한 G8 정상회의에 민감한 이슈였다. 기존 회원국에 특권적 지위의 약화를 가져올 수 있고, 새로운 회원국에는 정치적 의미가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금융위기뿐만 아니라 시장자유화, 빈곤 문제, 환경오염 등을 다룰 수 있는 효과적인 기제로서 새로운 정상회의체가 모색되는 분위기에서 G20의 출범은 불가피했다.

출범한 지 14년이 됐지만 G20는 태생적으로 국가들이 모인 협의체이다. 옵서버(의결권 없는 회의 참가기관)로서 노동계나 시민사회의 참여는 극히 제한적이다. 제도화 수준도 낮고, 특히 국제금융기구가 G20의 통제권 밖에 있기 때문에 투기자본에 대한 규제 권한도 취약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국제 사회에서 영향력이 가장 큰 미국이 패권을 잡고 있는 상황에서 국제금융 거버넌스체제의 본질적인 변화를 기대하기는 요원하다. 투기자본을 견제하기 위해 논의되는 토빈세는 투기자본의 외환거래를 차단할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한때 주목을 받았지만, 시장 기능을 왜곡시킬 수 있다는 신자유주의적 논리가 지배하면서 지금은 논의 자체도 흐지부지된 상태다. 노동계를 중심으로 금융거래세(FTT) 도입과 무이자지급준비예치제도(URR) 도입을 주장하고 있지만 이 역시 실제로 집행될 수 있을지는 회의적이다.

th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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