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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예금도 주식도 부동산도 매력 상실…666조원 굴릴 데가 없다
뉴스종합| 2013-03-22 11:24
시중銀 16곳 정기예금 평균금리 3.0%
코스피 나홀로 약세…美·日과 디커플링
부동산 장기침체에 용산 등 악재겹쳐
사상최대 단기부동자금 쌓여만 가고…



최저 금리, 지지부진한 주식시장, 침체된 부동산 경기로 뾰족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갈 곳 잃은 부동자금이 쌓여가고 있다. 지난해 12월 말 현재 단기성 부동자금은 666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불투명한 경기 회복 전망으로 부동자금은 당분간 줄어들기 어려울 전망이다.

한국은행과 금융투자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현재 현금, 요구불예금, 머니마켓펀드(MMF), 종합자산관리계좌(CMA), 환매조건부채권(RP), 6개월 미만 정기예금, 증권사 투자자예탁금 등 시중에 대기 중인 단기 부동자금은 666조3626억원에 이른다.

단기 부동자금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말 540조원에서 2009년 말 647조원으로 급증했으며 2010년 말 654조원, 2011년 말 650조원, 2012년 666조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 단기 부동자금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것은 마땅히 돈을 굴릴 투자처가 없기 때문이다.

은행 예ㆍ적금 금리는 연 2~3%대로 쥐꼬리만하다. 미국 다우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세계 증시는 활황인데 코스피지수는 홀로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을 나타내고 있다. 부동산 시장도 오랜 침체기에 빠져 있어 투자가 여의치 않다.

▶저금리로 예ㆍ적금 외면=은행연합회 등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국내 16개 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상품의 평균 금리는 연 3.0%다. 최고 금리는 연 3.7%에 불과하다. 16개 은행이 내놓은 1년 만기 32개 정기적금 상품의 금리도 평균 3.2% 수준이다. 최저 금리는 연 2.5%였고 최고 금리도 연 3.5%에 그쳤다.

저축은행 역시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평균 연 3.36%, 정기적금 금리는 연 4.19%로 별반 다르지 않다.

한때는 예ㆍ적금이 안정적인 재테크 수단으로 각광을 받았지만 지금은 저금리로 외면을 받고 있다.

▶코스피는 나홀로 약세=위험이 높은 대신 고수익을 낼 수 있는 투자처인 주식시장도 대안이 되지 못하고 있다. 세계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올 들어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는 미국, 유럽, 일본 증시와 달리 코스피지수는 후퇴했다. 국내 증시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거래대금도 크게 줄어들었다.

유가증권시장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2011년 4월 9조2000억원에 달했으나 올해 2월에는 3조7000억원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펀드에서도 자금이 밀물처럼 빠져나가고 있다.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18일 기준 국내 주식형 펀드의 설정액은 61조7766억원으로 연초 이후 5127억원이 줄었다.

새 정부의 중소기업 육성 정책에 대한 기대감으로 코스닥지수는 상승세를 타고 있다. 하지만 코스닥 시장의 지난 2월 일평균 거래대금은 1조9000억원으로 지난해 2월 3조원에 달했던 것에 비하면 저조한 수준이다.

반면 증시주변자금은 넘쳐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투자자예탁금은 전년 대비 8.6% 늘어난 18조5353억원을 기록했다.

종합자산관리계좌(CMA)는 42조3534억원으로 전년 대비 4.5% 증가했으며 지난 8일 43조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MMF는 80조475억원으로 전년 대비 26.8%나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불패도 옛말=부동산 시장이 침체를 겪으면서 부동산 불패 신화도 무너졌다.

서울 아파트 가격이 지난 1월 전년동기 대비 4.7% 하락해 13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이는 외환위기 회복 단계인 1999년 2월의 -8.3% 이래 가장 많이 내린 것이다. 또 전년도 같은 달과 비교한 아파트 매매가격은 2010년 8월(-0.3%) 이래 30개월 연속 내린 것이다.

정부의 부동산 경기 활성화 대책에 대한 기대감은 여전하지만 용산개발 사업자의 부도, 국내경기 둔화 우려로 부동산 시장 침체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김형렬 교보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아직 새 정부의 정책 방향이나 경기 부양의 그림이 그려지지 않아 시중의 돈이 눈치보기를 하며 단기성 자금에 몰리고 있다”며 “현실적으로 정부 정책에 따른 변화를 크게 기대할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향후 경제 상황이 과거와 같은 고도 성장을 이룰 확률은 높지 않다”며 “돈이 돌려면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투자자들이 수익률에 대한 눈높이를 낮추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신수정 기자/ss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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