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조동석 기자]25일 자진 사퇴한 한만수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는 그동안 자질 논란과 세금 탈루 의혹에 휩싸였다. 야당은 ‘탈세 전문가’라고 총공세를 펼쳤고,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은 다국적기업과 대기업을 변호한 후보자의 자질을 문제삼아 사퇴를 압박했다.
결국 한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에 발도 들이지 못한 채 낙마했다. 이에 따라 박근혜 정부의 ‘경제민주화’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한 후보자는 지명되자마자 자질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대형 로펌에 근무하면서 국내 대기업과 금융기관은 물론 글로벌 기업의 소송 대리인을 맡았다. 1984~1996년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변호사로 활동했으며, 1996∼2002년 ‘법무법인 율촌’에서 일하다가 2002년 김앤장으로 복귀해 2007년까지 근무했다. 이어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자리를 옮겼다.
때문에 대기업 등의 불공정거래 행위를 관리ㆍ감독하는 기관의 수장으로서 부적절한 경력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그가 박 대통령의 싱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 출신이라는 점이 부각되면서 ‘코드인사’ 논란도 일었다.
한 후보자는 이날 사퇴의 변을 통해 “공정위원장직 수행의 적합성을 놓고 논란이 제기돼 국회 청문회 일정조차 잡히지 않은 채 장시간이 경과하고 있고, 이로 인해 정부의 순조로운 출범에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고 밝혔다. 겉으로 볼 때 정권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100억원대 재산도 도마 위에 올랐다. 그는 자신과 가족의 재산을 108억9700만여원으로 신고했다. 자신의 재산 102억원 가운데 90억6700만원은 은행과 증권사 예금이었다.
이어 터진 세금탈루 의혹은 한 후보자의 입지를 더욱 좁게 만들었다. 김영주 민주통합당 의원은 한 후보자가 1억9700만여원의 세금을 정상적으로 납부하지 않았다며 인사청문회 개최 보류와 지명 철회를 촉구했다. 2002~2005년 발생한 소득에 대한 종합소득세 2950만여원을 2008년에 납부하고, 2006~2009년 발생한 종합소득세 1억6800여만원은 2011년 7월에 일시 납부했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이날 일부 언론은 한 후보자가 국외에서 수년간 수십억원에 이르는 거액의 비자금 계좌를 운용하면서 역외탈세를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국세청은 2011년 국외 금융계좌 잔액의 합계가 단 하루라도 10억원을 넘으면 관할 세무서에 신고하도록 의무화했는데, 한 후보자는 같은 해 6월말 계좌를 신고하고 다음달 탈루 세금을 납부했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사실이라면 박근혜 정부의 ‘조세정의’ 확립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한편 공정위의 특성상 위원장 후보자의 중도 사퇴로 인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한 후보자는 지난 14일부터 12일동안 위원장 후보자 자격으로 공정위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아오던 터. 일각에선 한 후보자가 다시 학계로 돌아간다고 해도 변호사 자격증이 있고 여전히 공정위에 대척점에 서있는 기업들을 위한 자문 활동을 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우려스런 부분이 많다는 지적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지금까지 한 후보자가 취득한 정보들만으로도 국가 기관의 고급정보 취득으로 볼 수 있다”며 “ 개인의 인격만을 믿고 이에 대한 사적 이용이 이뤄지지 않기를 바라는 것은 우려스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dsch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