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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정부도 빚 갚아 주겠지…” 채무자 도덕적해이 우려 여전
뉴스종합| 2013-03-26 10:55
‘빚 50% 탕감’이라는 파격적인 혜택을 내세운 국민행복기금이 “정부가 빚을 갚아준다”는 나쁜 선례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채무조정 약정을 무시하고 국민행복기금을 통해 빚 일부를 탕감받고 입을 닦는 ‘먹튀’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관련기사 25면

26일 금융위원회 등에 따르면 국민행복기금은 지난 2월 말 기준으로 ‘1억원 이하 신용대출을 6개월 이상 연체한 채무자’에 대해 오는 10월31일까지 단 1회 한시적으로 채무조정이 이뤄지지만 채무자들 사이에선 벌써부터 또다른 구제책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국민행복기금이 지난해 대선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1호 공약이라는 점에서 앞으로도 비슷한 종류의 채무조정 공약이 나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다음 정권까지 내다볼 필요도 없이 바로 내년 6월 실시되는 지방선거에서 표를 겨냥한 ‘제2의 국민행복기금’이 나올 것이란 예상도 적지 않다. 돈을 빌린 채무자가 ‘배째라 식 버티기’ 조짐을 보이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방 정부도 개인의 빚을 갚아주겠다고 나설 가능성이 있다”면서 “ ‘한국 사회에서 빚을 갚으면 바보가 된다’는 인식이 퍼져 금융의 근간이 훼손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행복기금을 악용한 ‘먹튀’ 우려도 여전하다. 금융위가 내세운 ‘패널티’는 ‘채무조정 무효화’다. 은닉 재산이 있거나 채무조정 약정을 성실하게 이행하지 않을 경우 재산은 가압류되고 채무자는 원금 전액과 연체 이자 등의 금액을 그대로 상환해야 한다.

그러나 국민행복기금의 혜택을 다 받을 때까지 숨긴 재산을 발견하지 못하는 경우를 배제할 수 없다. 때문에 ‘일단 숨기고 보자’는 식으로 국민행복기금을 신청하는 채무자가 생길 수도 있다.

본의 아니게 국민행복기금을 먹튀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국민행복기금을 신청하는 채무자는 성실하게 빚을 갚아온 저소득층보다 더 열악한 취약계층이기 때문에 한번의 빚 탕감으로 재기에 성공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빚만 더 늘고 불성실 이행자로 오해받을 수도 있다. 어려운 형편에도 빚을 꼬박꼬박 갚아온 저소득 채무불이행자에 대한 역차별 논란도 해결해야할 과제다.

다른 관계자는 “수십만명이 신청할 경우 ‘도덕적 해이’를 발견하기 어려울 것”이라면서 “진짜 상환 능력이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구분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진성 기자/ip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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