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행복콘서트’ 첫 강연
친근한 이미지 주려 깜짝 변신
지난 4일 오후 7시 경기도 분당 SK C&C 27층 비전룸. 나비넥타이를 맨 정철길 사장이 등장했다. 회사가 이달부터 진행할 인문학 토크콘서트 ‘행복 콘서트’의 첫 번째 강연<사진>을 하기 위해서다.
정 사장은 연단에 올라 “전문가처럼 보이기 위해서 난생 두 번째로 나비넥타이에 도전했다”며 “직원들에게 좋은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생각에 매우 기쁘다”고 소회를 전했다. 일 앞에서 엄격했던 모습 대신, 나비넥타이를 매고 쑥스러워하는 친근한 사장님의 모습을 보자 ‘칼퇴(칼퇴근)’도 포기하고 27층 비전룸에 모인 직원들의 얼굴에는 웃음이 번졌다.
SK C&C는 이달부터 매월 최고경영자를 비롯한 경영층이 주재하는 창의와 소통의 인문학 토크콘서트 ‘행복콘서트’를 개최한다. 정 사장은 “변화하는 시대에 혁신적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인문학적 상상과 IT적 창조성이 결합된 창의 혁신 인재가 필요하다”며 이번 행사를 주관했다.
첫 번째 콘서트 주제는 ‘CEO가 들려주는 오페라의 유령 이야기’. 정 사장은 강연에 앞서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여주인공이었던 사라 브라이트만의 아름다운 목소리를 들려주며 하루 일과에 지친 직원들의 긴장을 녹였고, 음악이 끝난 후 ‘뮤지컬과 오페라의 차이’를 시작으로 공연의 명소 뉴욕 브로드웨이 42번가와 런던 웨스트엔드를 그림 그리듯이 묘사하는 등 40분 가까이 깊이 있는 뮤지컬 이야기를 들려줬다. 이후 손수 편집한 오페라의 유령 DVD를 직원들과 함께 감상했다.
IT 기업 CEO가 직원들을 퇴근할 시간에 불러 뮤지컬 이야기를 하는 게 다소 의외였지만 직원들에게는 이런 모습이 낯설지 않다. 정 사장은 지난해부터 직원들에게 사내 메일을 통해 시, 노래, 오페라 등을 빗대 자신의 생각을 공유해 왔다. 평소 접하기 쉬운 문화적 영역을 통해 창의 혁신의 기업 문화 조성에 노력해온 것.
지난 2월에는 오페라 ‘투란도트’에서 칼라프가 ‘빈체로, 빈체로(vincero, vincero!)’를 외치며 승리를 확신하는 모습 속에서 역경과 도전을 이겨내는 리더의 상(像)을 제시했다.
서지혜 기자/gyelov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