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저축은행 무덤 ‘PF 사업장’, 불황에 정상화 요원
뉴스종합| 2013-04-11 09:42
[헤럴드경제=최진성 기자]#. 금융감독원은 최근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의 추가 부실을 점검하기 위해 검사에 착수했다. 쌍용건설 등 돈을 빌려준 건설사들이 줄줄이 경영난에 빠진데다 주택 시장 침체로 대출금 회수에 차질이 생겼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아파트담보대출, 소액신용대출을 비롯해 과거에 취급했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도 포함돼 있다. 지난해 영업정지를 간신히 면하고 있는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은 올 2월 일본계 자금 2375억원을 유치해 경영정상화에 숨통을 텄지만 또다시 퇴출 공포에 시달리게 됐다.

멀쩡한 저축은행을 영업정지로 내몰았던 ‘PF 대출’이 다시 저축은행의 발목을 잡고 있다.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정상적인 PF 대출도 시간이 갈수록 부실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다. PF 대출이 물려있는 건설현장(PF사업장)은 개발은 고사하고 좀처럼 팔리지도 않아 저축은행의 자산만 까먹는 하마가 되고 있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2008년 12월부터 매입한 저축은행 PF사업장은 모두 416곳으로, 지난 2월 말까지 227곳이 정리되고 189곳이 정상화 과정을 밟고 있다. 절반 가까이 정리됐지만 실제론 해당 저축은행이 퇴출되면서 계약해지로 정리된 곳이 75.3%(171곳)에 이른다. 나머지 54곳(23.8%)은 공매로 PF 사업장을 매각했고, 정상화에 성공한 곳은 2곳(0.9%)에 불과했다.

캠코 관계자는 “건설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PF사업장의 정상화 작업도 차질을 빚고 있다”고 말했다. 캠코는 개발인수자 발굴 방식과 채권단 지원 방식으로 PF사업장을 개발하다 상황이 여의치 않자 지난 2011년 10월 레인트리PMC 방식을 추가로 도입했다.

캠코가 설립한 레인트리PMC는 건설사, 금융사 등 레인트리 출자사와 캠코가 프로젝트금융회사(PFV)를 만들어 직접 PF사업장의 정상화를 추진하는 방식이지만 실적은 전무하다. 캠코는 지난해 개발인수자 발굴 방식과 채권단 지원 방식으로 각각 5건, 2건의 PF 사업장을 정리했다.

문제는 앞으로 저축은행에 되돌려줘야 할 PF 대출 채권이 약 3조원에 이른다는 데 있다. 올해에만 3350억원이 환매된다. 이전보다 규모는 크게 줄었지만 현재 업황을 감안하면 바람만 불어도 독감에 걸린다는 게 저축은행권의 얘기다.

즉 부동산 시장이 살아나지 않는 한 환매된 PF 대출 채권은 고스란히 부실 채권으로 남고, 결국 저축은행의 퇴출 잣대가 되는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떨어뜨리는 주요인이 된다. 한마디로 문 닫는 저축은행이 늘어난다는 얘기다.

금융당국이 수시로 저축은행의 추가 부실을 살펴보는 것도 이 같은 이유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캠코에 PF 대출 채권을 매각한 저축은행은 적정한 수준에서 충당금을 쌓아놓은 것으로 안다”면서 “다만 환매되는 규모나 금액 등에 따라 추가로 충당금을 쌓아야될 수 있다”고 말했다.

ipen@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