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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선글라스 권력 · 카리스마…김대중 지팡이 민주화 고난…노무현 노타이 脫권위주의
뉴스종합| 2013-04-12 11:21
정치인에게 패션은 단순히 선전(propaganda)의 도구일 뿐 아니라 자신이 만든 시대를 상징하는 아이콘이기도 하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선글라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지팡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노타이가 바로 그 대표적인 상징물들이다.

박 전 대통령은 한국 현대정치사의 중심에 서는 5ㆍ16 군사쿠데타의 그 순간부터 선글라스를 쓴 채 등장했다. 

쿠데타 직후 찍은 사진에는 권총을 허리에 찬 박종규 소령, 수류탄을 가슴에 매단 차지철 대위를 양 옆에 세우고 검은 선글라스를 쓰고 뒷짐을 진 자세의 박정희가 가운데에 서 있다. 연설이나 큰 몸짓 없이도 권력에 대한 의지를 잘 보여주는 사진으로 알려져 있다.

박 전 대통령뿐 아니라 카다피, 김정일도 선글라스를 자주 애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독재자의 선글라스는 간수만이 죄수를 볼 수 있는 원형 감옥 역할을 한다. 독재자의 시선을 은폐함으로써 시민이 그를 두려워하고 스스로 자신의 행동을 감시하고 검열하게 한다. “술집에서 소주잔을 기울이며 무심코 내뱉은 대통령 욕 한마디에 남산 끌려간다”는 우스갯소리는 시선을 감춘 권력의 두려움을 잘 보여준다.

이후 선글라스는 박 전 대통령을 상징하는 아이콘이 됐다. 지난 2006년 10월 당시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한반도 대운하’ 구상을 위한 유럽 정책 탐사 과정에서 검은 선글라스 복장을 해 화제가 됐다. “딸이 사준 거라 어쩔 수 없이 끼는 것”이라고 답했지만 개발 권위주의 체제를 이끈 ‘박정희 향수’를 통해 경제 성장에 대한 기대감을 한몸에 받겠다는 의도로 해석됐다.

반면 김 전 대통령의 상징인 지팡이는 민주화 운동의 고난을 상징한다.

1971년 대통령선거에서 김대중 신민당 후보가 현직인 박정희 대통령에게 94만7000여표라는 근소한 표차로 패배하면서 강력한 정치적 라이벌로 떠올랐다.

그 해 5월 있었던 제8대 총선 기간에 지원 유세에 나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차량은 14t 대형 트럭과 충돌한다. 간신히 목숨은 건졌지만 김 전 대통령은 고관절 장애를 입어 이후 지팡이를 짚게 됐다.

이후에도 1973년 일본에서 납치, 살해 시도가 있었고 14년간 가택연금을 당하면서 지팡이는 김대중 대통령을 상징할 뿐 아니라 유신독재에 반대하는 민주화 운동의 역경을 대표하게 됐다. 

넥타이를 매지 않은 노 전 대통령의 노타이(No Tie) 패션은 격식을 차리지 않는 탈권위주의를 상징한다는 평가.

그의 격의 없는 노타이 패션은 2004년 고이즈미 당시 일본 총리와의 회담에서도 이어졌다. 국가 간 정상회담에서 정장을 하지 않은 것이 결례라는 평도 있었지만 북ㆍ일 수교 협상, 북핵 문제, 야스쿠니 신사 참배 등 양국 간 민감한 주제를 다루는 시기에 부드러운 분위기를 연출했다는 평가도 있다. 한ㆍ일 양국은 이후 정상회담을 셔틀회담으로 확대하는 등 성과를 이루기도 했다.

원호연 기자/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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