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예술,우리 삶을 변화시킬 수 있을까?
라이프| 2013-04-23 09:04
[헤럴드경제=이영란 선임기자]예술은 우리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을까. 근래 들어 예술의 공적 가치가 이슈가 되고 있는 시점에서 이 같은 비전을 구체화한 기획전이 개막됐다.

현대자동차는 지난 19일 문화역 서울284(옛 서울역사)에서 ‘Dream Society’ 전을 개막했다. 이 전시는 21세기 들어 디지털 혁명과 함께 예술이 ‘새로운 물결’로 인간의 미래를 변화시키려 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즉 다양성, 융합성, 전 지구성의 옷을 입은 예술이 미래의 우리 삶과 환경을 어떻게 바꿀지 이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드러낸 작품을 모은 것.

이에 따라 미술뿐 아니라 건축 디자인 패션 음악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이 참여했다. 전준호&문경원(영상·설치), 조민석(건축), 서현석(미디어 아트), 정연두(설치), 슬기와 민(그래픽디자인), DJ 쿠마(음악), 임선옥(패션), 김용호(광고사진및 설치), 다이토 마나베+모토이 이시바시(미디어아트), 하이브리드 스페이스 랩(융합미술) 등이 그들이다.

전시를 주관한 대안공간 루프의 서민석 대표는 “21세기 들어 날로 다감각, 공감각화되는 대중의 미적 요구와 소통하기 위해 무경계 예술프로젝트를 추구했다”며 “기술과 인간,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을 연결한 작업들이 나왔다”고 밝혔다. 이에 의식된 것, 눈에 보이는 한계 저 너머의 세계를 탐색한 작품들이 여럿이다. 


도시의 삶 속에서 현대성을 재고해온 건축가 조민석은 미디어 아티스트 서현석과 색다른 협업을 시도했다. ‘줌 아웃(zoom out), 존 아웃(zone out)’이라 명명된 영상작업은 40개의 건축물이 유기적으로 융합돼 또 다른 프로세스를 보여준다. 처음 건축물의 물리적 텍스처를 조망하던 영상은 차츰 줌 아웃되며 건축물이 지닌 복합적 시공의 질서와 규칙을 부드럽게 드러낸다.

정연두는 자동차를 이용한 영상작품으로 꿈인 것 같은 현실, 현실인 것 같은 꿈을 표현했다. 관객이 자동차에 승차하면 와이퍼에 설치된 조명이 관객을 비춘다. 자동차 양쪽 측면에선 거리풍경을 담은 거대한 사진으로 이뤄진 스크린롤이 반복적으로 이어진다. 이때 실시간 카메라는 관객과 스크린롤의 장면을 전면에 다시 투사한다. 관객은 실재 거리를 드라이브하는 것 같은 환영에 빠지게 된다. 작가는 너무나 일상적인 대상인 자동차를 통해 ‘환영의 피안’을 느끼게 해주고 있다. 정연두의 이번 작품은 ‘드림 소사이어티’의 컨셉에 똑 떨어지듯 잘 부합되는 작업으로 꼽히고 있다.

사진가 김용호는 ‘모던 보이’라는 로봇 200개를 설치했다. 각기 노란 알전구를 매달고 있는 로봇은 아이디어와 지식을 기반으로 살아가는 현대인을 은유한다. 코리안 팝의 선두주자인 이동기는 자신의 그림 속에 자주 등장했던 ‘박스 로봇’으로 깜찍한 주차타워를 만들었다. 획일화된 사각의 도시 빌딩에 놓인 ‘박스 로봇’은 현대적 징후와 미래적 예감을 강렬히 드러낸다. 


설치와 영상을 넘나들며 작업하는 문경원&전준호는 3개의 스크린을 넓게 이용해 퍼포먼스 영상작품을 상영 중이다. 영상 속에서 유진규 등 무용가들이 펼치는 춤은 아름다움을 증거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인간 존재의 뿌리를 치열하게 파고든다.

그래픽디자인 듀오 슬기와 민은 한글과 특수기호를 반복적으로 상큼하게 구성한 ‘되풀이(Recurring)’ 연작을 출품했다. 핑크 블루 노랑 등 화려한 색상의 이 전광판 텍스트작업은 강렬하면서도 즐거운 시각 이미지를 제공한다. 또 DJ 쿠마는 참여작가 10명의 목소리를 채록해 음악으로 재구성했다. 전시는 5월 26일까지. (02)3141-1377

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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