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대선 패배에 반성도 없이
패권주의·외형확장에만 주력
민심도 읽지못하고 변화거부
정권심판이 야당심판 부메랑
안철수 후폭풍 분화 가능성도
‘예고된 참사에 이변은 없었다.’
민주통합당은 지난 4ㆍ24 재보선 12곳에서 전패했다. 국회의원(3곳)은 물론이고, 군수 2곳, 광역의원 4곳, 기초의원 3곳 중 어느 한 곳도 건지지 못했다. 10%대 당 지지율의 차가운 현실이다. ‘정권 심판’의 외침이 ‘야당 심판’ 부메랑으로 돌아온 것이다. 집권 여당의 ‘무덤’이었던 재보선에서의 참패로 민주당은 재보선 역사를 새로 쓰는 참담한 상황에 부닥치게 됐다. ‘300명 중 1명’인 안철수 의원은 민주당의 발밑을 파고든다. 선거가 끝난 24일 저녁 영등포 민주당 당사 브리핑룸엔 불이 꺼졌다.
선거 전 새누리당의 ‘무공천 실험’과 관련,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깨져 봐야 정신을 차린다”고 비웃었다. 민주당 역시 지난 대선에서 공약 사항으로 ‘기초단체장 무공천’을 내세웠지만 ‘현실론’을 앞세운 민주당 지도부는 공약을 자체 파기했다. 그러고선 새누리당의 공약 실천을 비웃었던 것이다. 그러나 마지막까지 기대했던 가평군수선거에서마저 패하자 24일 늦은 밤, 민주당은 “차갑고 무거운 민심의 밑바닥을 보여준 것”이라며 패배를 시인했다.
‘불임정당’의 별명은 이번에도 유효했다. 이는 지난 2010년 10월 서울시장선거 이후 선거 때마다 제대로 된 후보를 내지 못하면서 붙여진 민주당의 별명이다. 안철수 의원과의 연대라는 당의 미래를 고려한 지도부의 선택이었다지만 127석의 제1야당의 무기력한 모습에 민주당 지지자들마저 고개를 돌렸다.
이번 선거 패배는 사실상 ‘예고됐던 일’이다. 총선과 대선의 연이은 패배로부터 민주당이 얻은 교훈과 반성이 없었기 때문이다. 특정 계파의 ‘패권주의’와 외형 확장을 위해 붙잡은 ‘야권연대’가 독이 돼 돌아올 때마다 민주당 주류 세력은 “이상한 일”이라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분명히 이길 수 있는 선거였는데 결과가 이상하다는 얘기다. 국민 절대다수가 민주당의 지향점이 ‘틀렸다’고 얘기할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국민의 생각과 당의 생각이 다를 때 과감하게 변화를 시도하지 않음으로써 당 지지율은 추락하고, 이는 결국 ‘재보선 참패’의 원인이 됐다. 민주당이 추진 중인 핵심 이슈들에도 기류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기업에 과도한 부담을 지운다는 비판에 직면해서도 오로지 마이웨이를 외치고 있는 경제민주화 공약도, ‘국기 문란 사건’이라 민주당이 이름 붙인 국가정보원의 대선 개입 사건에 대한 국정조사 주장도 과연 국민의 생각과 일치하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할 때가 된 것이다.
당장 발등의 불은 ‘안철수’다. 민주당이 ‘정치 초등생’이라 폄훼하고, ‘300명 중 1명’이라 평가절하했던 안 의원은 야권발 정계 개편의 핵심이다. 그동안 말로만 떠돌던 ‘안철수 신당’이 창당 초읽기에 들어갔고, ‘민주당 간판으론 안 된다’고 생각한 차기 출마자들은 안철수 신당으로의 당적 변경을 고려할 수도 있다. 안 의원은 오는 5월부터 광주 호남 지역을 돌며 외형 확장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앞으로 야권 재구성에서 안철수는 중요한 축이 될 공산이 있다. 야권 정치 지형의 변화 축이 원내에 진입한 것”이라며 “구체적인 시기는 지켜봐야겠지만 민주당이 상당히 의식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민주당의 고민은 현실이 됐다.
홍석희 기자/h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