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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역'이 빛나야 드라마가 빛난다
엔터테인먼트| 2013-05-09 07:43
최근 MBC 드라마가 안방극장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가운데, 이들의 인기 비결을 알아본 결과 주연들의 열연도 크게 한 몫을 차지하고 있지만, 이들을 돋보이게 하는 ‘악역’들의 활약이 눈에 띈다

‘구가의 서’의 이성재, ‘남자가 사랑할 때’ 이창훈, ‘백년의 유산’ 박원숙, ‘구암 허준’의 김미숙 등은 모두 오랜 연기생활을 토대로 한 탄탄한 연기력으로, 악역으로서 시청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고 있다.

자칫 밋밋할 수 있는 극 전개는 이들로 인해 풍성하고 입체적으로 거듭났다. 또한 이들로 인해 벌어지는 갈등과 시련을 주인공들이 이겨냈을 때 얻어지는 만족감은 시청자들에게 일종의 카타르시스와 감정이입의 효과를 가져다 준다.

이들이 각각 작품 속에서 어떠한 활약을 하고 있는지 알아보기로 하자.


# ‘구가의 서’ 이성재, 주변에 있을 법한 ‘야망형 악역’

MBC 월화드라마 ‘구가의 서’(극본 강은경, 연출 신우철 김정현)에서 이성재가 맡은 조관웅 역은 힘없고 가난한 통인의 아들로 태어나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다가 무과에 통과한 후 오로지 입신양명과 출세를 위해 노력한 인물이다.

그는 극중 인면수심의 야심가로 강렬한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성공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그의 모습은 욕심을 넘어선 광기를 드러낸다.

특히 역적으로 몰려 하루아침에 몰락해버린 친구의 딸에게 음심을 품는가 하면, 자신의 것이 되지 않으면 가차 없이 제거해버리는 잔인한 면모도 보였다.

이에 이성재는 제작발표회 당시 “악역이라고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수단과 방법이 조금 안 좋았을 뿐이지 자기 야망을 성취하기 위해 나아가는 것은 현 사회에서도 충분히 있을 법한 상황이다”고 말했다.

우리 주변에 있을 법한 ‘야망형 악역’ 조관웅이 앞으로 또 어떠한 모습으로 시청자들의 분노를 자아내게 될지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 ‘남자가 사랑할 때’ 이창훈, 사악의 끝을 보여주마

이창훈은 MBC 수목드라마 ‘남자가 사랑할 때’(극본 김인영, 연출 김상호)에서 구용갑 역을 맡았다. 그는 극중 사채시장의 큰 손으로, 돈 앞에선 친구도 의리도 없는 인물이다.

이창훈은 캐릭터를 위해 외관상으로도 강렬한 변화를 줬다. 그는 탈색한 헤어스타일에 한 여자(채정안 분)를 향한 집착으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그는 “일그러지는 표정, 차가운 눈빛 등 더 사악해지기 위해 캐릭터의 몸짓, 목소리 등을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극중 구용갑은 한태상(송승헌 분)이 찾고 있는 생모에 대한 행방을 손에 쥐고 있는 상황이다. 그가 이 카드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이로 인해 한태상과 주변 인물들의 운명은 어떠한 변화를 맞게 될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을 더하고 있다.


# ‘백년의 유산’ 박원숙, 자식을 위해서라면 영혼이라도..

현재 MBC 드라마 중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작품은 주말드라마 ‘백년의 유산’(극본 구현숙, 연출 주성우)이다. 이 작품은 30% 이상의 시청률 고공행진을 기록할 만큼 시청자들의 인기를 얻고 있다.

‘백년의 유산’ 속 가장 돋보이는 캐릭터는 중견 배우 박원숙이 맡고 있는 방영자 역이다. 식품회사의 오너인 방영자는 철규(최원영 분)의 어머니이자, 채원(유진 분)의 과거 시어머니다.

그는 사채업자로 자녀들을 위해 악착같이 돈을 모은 인물이다. 그는 아들 철규의 잘못을 덮기 위해 채원을 정신병원에 강제로 입원시키는 등 시어머니의 범주를 넘어선 악행으로 극 초반 ‘막장 드라마 논란’을 불러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시청자들의 입맛을 사로잡는데 성공, 현재까지 흥행세를 이어오고 있다. 박원숙은 지난 2007년 방송한 ‘겨울새’에서도 실감나는 악역 연기로 주목 받았다.

그가 ‘백년의 유산’에서 이혼한 아내를 잊지 못하는 아들 철규를 위해 채원을 다시 집으로 불러들이기 위한 모습은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 ‘구암 허준’ 김미숙, 한 가정을 지키기 위한 엄마일 뿐

배우 김미숙은 현재 상승세를 얻고 있는 MBC 특별기획 ‘구암 허준’(극본 최완규, 연출 김근홍 권성창)에서 오 씨 역을 맡아 기존에 그가 선보였던 선했던 이미지와는 반대의 모습을 선보이고 있다.

그는 극중 유의태(백윤식 분)의 부인이자 유도지(남궁민 분)의 어머니로, 허준(김주혁 분)과 대립각을 세우는 대표적인 악역이다.

오 씨는 가정 형편을 살피기보다 심의의 길을 걷는 남편 유의태와 대립하며, 아들 유도지의 성공을 위해 예진(박진희 분)과 허준의 길을 가로막는다.

그는 “오 씨 역할을 악역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현실적인 부인이자 현실적인 엄마라고 생각한다”며 “모든 환자들에게 베풀다가 목에 거미줄을 칠 것 같은 위험함을 몸소 막고, 아들은 누구보다도 훌륭하게 키워서 내의원으로 만들고 싶은 엄마의 야망을 가진 캐릭터”라고 말했다.


이처럼 탄탄한 내공을 가지고 있는 중견 배우들의 이유 있는 악역은 드라마의 한 축을 담당하며 인기몰이에 일조하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악역은 마냥 나쁜 것만이 아닌 ‘이유’와 ‘목적
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드라마를 지켜보는 시청자들에게 악역은 미움을 받을 수밖에 없는 존재다. 하지만 놓쳐서는 안 될 사실은 이들로 하여금 자신들이 응원하고 감정을 이입할 수 있는 주인공이 더욱 돋보인다는 것이다.

MBC 드라마는 ‘이유 있는 악역’들의 열연으로 전성기를 이어가고 있다. 이들이 앞으로 선보이게 될 개성 강한 모습은 작품의 인기를 더욱 부채질 할 것으로 보인다.
조정원 이슈팀기자 /chojw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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