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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앱노멀 시대’ 가 반갑지 않은 이유
뉴스종합| 2013-07-04 10:54
주식시장은 희망을 먹고 산다고 한다. 하지만 이제는 불확실성을 먹고 변동성을 토해낸다. 시장 참가자들은 나름 대책은 세우지만 불안한 건 어쩔 수 없다. 등대가 보이지 않는 항해같다.



주가흐름은 좀 과장되게 이야기하면 신(神)도 맞히기 어려운 영역이다. 요즘처럼 세계적으로 변동성이 심한 장세엔 더더욱 그렇다. 대외변수에 취약한 소규모 개방경제인 한국 증시도 마찬가지다. 미국, 중국, 일본, 유럽은 물론 중동과 남미 국가의 정치ㆍ경제적 사건 하나하나까지 한국 시장에 영향을 미친다. 악재에 따른 후폭풍은 너무 크다.

문제는 좋은 소식이라고 해서 꼭 시장에 좋은 것만도 아니라는 것이다. 미국 양적완화 축소 발표가 대표적인 예다. 미국의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 의장이 지난달 미국 경제가 좋아지면 양적완화를 축소하겠다고 밝힌 이후, 좋은 지표가 나오면 되려 ‘양적완화 축소 실행 우려’로 주가가 하락하는 기현상이 여럿 발생했다.

기존의 상식과 이론, 인식이 통하지 않는다. 대표적인 비관론자인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이를 ‘뉴 앱노멀(New abnormal) 시대’라고 했다. 2008년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이전의 ‘노멀’, 이후 새로운 경제질서를 뜻하는 ‘뉴 노멀’에 이어 나온 말이다. 노멀시대에는 이론대로 돌아갔고, 뉴노멀시대에는 힘들기는 했지만 어느 정도 예측은 가능했다. 하지만 ‘뉴 앱노멀 시대’에는 상시적인 변동성 속에 불확실성이 커져만 간다. 기존 이론이 무용지물이다보니 예측이 어렵고, 미래가 불안정하다.

최근 금융시장을 보면 바로 이해가 된다.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르는 복병들이 즐비하다. 사안이 터질 때마다 시장은 패닉에 빠진다. 투자자들은 지금까지의 노하우가 무력화되기에 이르렀고, 심지어 ‘룰렛 홀짝게임’ 하듯 투기적 승부를 건다. 근거 없는 전망은 아니었지만, 난데없는 악재가 터지면서 ‘양치기 소년’이 된 전문가들도 한두 명이 아니다.

지난 상반기 한국 증시는 뱅가드펀드, 북한, 엔저 등 많은 악재로 매우 혼란스러웠다. 다행히 연초 이후 6개월간 9조원을 팔았던 뱅가드펀드 매물은 이제 끝났다. 하지만 좀 잠잠해지는가 했던 엔저는 엔/달러 환율이 한 달 만에 다시 100엔을 넘어서면서 한국 증시를 재차 뒤흔들 조짐이다. 북한 리스크는 잠복해 있을 뿐 언제라도 터질 수 있다. 여기에 미국 양적완화 축소와 중국발 긴축위기라는 이른바 ‘G2 쇼크’가 엄습해오더니 이제는 이집트 사태와 포르투갈 정국 불안 문제까지 가세했다. 사건들마다 ‘증시ㆍ채권ㆍ환율’ 시장에 미친 파장들로 혼란스럽기 그지없다.

실제 지난 5월 말 2000까지 올랐던 코스피지수는 이후 하락세를 보이다 버냉키 발언 등으로 200포인트 이상 빠졌다. 다시 1860선까지 급등하며 진정세를 찾는가 싶더니 3일엔 30포인트나 급락했다.

증권사들은 투자심리 냉각을 막기 위해 시장을 전망하고 투자 종목을 열심히(?) 추천하고 있지만 내심 시장에 대한 불안감은 감출 수 없다. 알던 지식이 통하지 않으니 전문가들도 일반인이나 크게 다를 바 없다. 주식시장은 희망을 먹고 산다고 한다. 하지만 이제는 불확실성을 먹고 변동성을 토해낸다. 시장 참가자들은 나름 대책은 세우지만 불안한 건 어쩔 수 없다. 등대가 보이지 않는 항해 같다. ‘뉴 앱노멀 시대’가 그리 반갑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happyd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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