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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크엔드] 다문화의 빛과 그림자…다름 인정하는 열린사회 vs 사회갈등 불씨
뉴스종합| 2013-07-05 10:03
明 - 제3국 출신 노동자들
      - 산업현장선 피와 같은 존재
      - 노동력 부족문제 해소에 도움

暗 - 3D업종 종사 저소득층 편입
      - 잠재적 사회 불만세력 가능성
      - 범죄조직화·거주지 슬럼화 우려




대한민국은 단일(一)민족에, 한(韓)민족이었다. 그러나 2013년 현재 대한민국은 다(多) 민족으로 구성돼 있다. 말 그대로 ‘다문화(多文化ㆍMulticultural Society)’ 국가다.

방글라데시에서 온 니히나(41) 씨의 딸을, 김장수(43) 씨의 아들이 좋아하고, 40살 노총각 이한길 씨는 작년 말 베트남 출신 처녀 티에이안 씨와 결혼을 했다. 통계청의 ‘지역별 다문화 혼인’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08년 모두 3만6629건의 다문화 가정이 꾸려졌다. 2009년 3만3862건, 2010년 3만5098건, 2011년에는 3만695건의 혼인이 한국인과 비(非)한국인 간에 이뤄졌다. 현재까지 26만7000명이 다문화 가정을 구성했다. 이들의 자녀 16만명까지 합칠 경우 70만명 정도가 다문화 가족이다. 그리고 그 추세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다문화 가족의 증가는 대한민국 노동력의 부족을 해소할 수 있다는 측면을 내세우며 긍정적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출생인구가 계속 줄어들고 있는 시점에서 제3국에서 지속적인 인구 유입이 노동력 부족 문제를 해결해 준다는 것이다. 또 다문화를 통해 열린(Open), 다양성의 문화를 수용하고 그동안 서로 다름을 인정하지 않았던 문화가 서서히 바뀌고 있다며 긍정적이라는 평가를 내놓기도 한다.

반면 다문화 국가로 가는 것 자체를 부정하는 이들도 상당수다. 국가적 결집력이 약해지며 사회 통합을 저해한다고 지적하는 이들도 있다. 일부에서는 제3국 출신 외국인들이 모여 사는 지역에서 일어나는 범죄율을 근거로 내세우며 슬럼화를 우려하기도 한다.

그러나 다문화는 피할 수 없다. 얼마 전 LG그룹에서 서울 광화문 4거리 대형 전광판에 다문화 관련 광고를 내보낸 것은 대한민국이 이미 다문화 국가로 진입했음을 보여주는 단편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다문화 사회에 진입하면서 각종 사회적 병폐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당연히 다문화 사회가 되면서 좋은 부분도 있지만, 각종 흉악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수원 오원춘(오른쪽 사진 가운데) 사건은 희대의 살인사건으로 대한민국을 충격에 빠트리기도 했다. [헤럴드경제DB]

▶명(明)의 다문화, 나와 다른 다름을 인정하는 사회=지난 2012년 국내 보수정당이라 할 수 있는 새누리당은 필리핀 출신의 이자스민(36) 씨를 비례대표로 내세웠다. 이자스민 씨는 대한민국 최초의 제3국 출신 국회의원이 됐다. 일부에서 이자스민 씨의 당선을 놓고 충격에 빠지기도 했다. 한국 국적을 취득하기는 했지만 어떻게 외국인이 국회의원을 할 수 있느냐고 지적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러나 그녀의 진정성은 통했다. 이제는 그녀를 바라보는 시각이 많이 달라졌다. 그녀는 나름대로 대한민국 국회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다문화 사회는 대한민국 산업계에 피(血)와 같은 존재가 돼 버렸다. 이미 국내 산업현장에서 제3국 출신 외국인 노동자들을 빼면 공장은 멈춰 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손에 기름 때 묻히고, 작업복 입고 땀 흘리는 일을 마다하는 한국인 젊은이들과 달리 제3국 출신 노동자들은 흔쾌히 대한민국의 산업 성장을 위해 땀을 흘리고 있다.

그런데도 대한민국은 그들을 외면하고, 그들을 무시ㆍ괄시한다. 사용자들 중 일부는 그들의 임금을 체불하는 경우가 잦다. 일하다 다쳐도 어디 가서 하소연할 곳도 없다. 일본에서 ‘조센징’이라고 무시당했던 것을 잊어버린 지 오래다. 먼 타향으로 돈을 벌기 위해 떠난 뒤 당했던 각종 수모를 까먹었다.

▶제3국 출신 외국인 노동자들이 없다면=대한민국에 제3국 출신 외국인 노동자들이 없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식당에 가서 제대로 식사를 먹지 못할 수도 있다. 식당에서 중국 동포가 없어지면 경영 자체가 어렵다는 말까지 나온다. 식당 서빙은 물론 설거지 등 허드렛일은 중국 동포들이 도맡아 하고 있다.

3D 일이라 할 수 있는 각종 공장에서 외국인 노동자는 빼놓을 수 없는 존재다. 이런 이유로 경기도 안산, 시화, 포천, 인천, 부평은 물론 서울 영등포, 구로 등지에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다. 전국적인 현상이다. 이들이 없다면, 당장이라도 공장 기계가 멈춰서고, 대한민국 산업계는 일시적 쇼크에 빠질 수도 있다.


농촌에서도 농사일이 당장 멈춰 설 수 있다. 당장 도심 식탁에 위협이 된다. 비닐하우스가 됐건 노지가 됐건 식탁 위로 올라오는 각종 농산물이 이들 외국인 노동자들의 손끝에서 가꿔진다. 바닷가도 외국인 노동자들이 사라진다면, 당장 고등어, 오징어, 명태 등의 해산물을 잡아 올릴 수 없다.

가전제품 생산ㆍ조립 라인도 멈춰 설 수밖에 없다. 각종 가전제품을 해외에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가져오고 있지만, 국내에서 생산하는 각종 공산품을 수입품으로 대체해야 할지도 모른다. 국내 소비자들은 수입을 통해 관세가 붙은 수입품을 더 비싼 값을 내고 소비해야 할 수도 있다.

▶암(暗)의 다문화, 범죄 조직화=당장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에서는 외국인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경기도 안산이나 시화공단은 물론 서울 영등포구 신림동, 대림동, 구로구 등지에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삼삼오오 몰려다니는 모습이 자주 목격된다. 이들이 각각 범죄 조직화되는 현상이 최근에 포착되기도 한다.

경기도 안산의 다문화 거리는 외국에서 국내 노동시장에 유입된 여성 노동자들이 성매매를 하는 현장이 자주 목격되기도 한다. 몇 번 흉악한 범죄를 저지른 제3국 출신 외국인들이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졌을 때, 이들 전체 집단을 매도하는 경향도 있다. 일례로 중국 교포인 오원춘 사건이 일어났을 때, 중국 교포들 전체적으로 매도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마치 중국 교포들이 인육(人肉)을 즐겨 먹는 것처럼 호도되기도 했다.

게다가 이들 제3국 외국인 노동자들이 3D 업종에 종사하며 저소득을 올릴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들 자체가 잠재적으로 사회적 불만세력이 될 수밖에 없다. 이렇게 사회적 불만세력이 된 외국인 노동자들의 다문화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은 질 나쁜 교육을 받을 수밖에 없고, 잠재적으로 사회적 불만세력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 외에도 이들 외국인 노동자들은 주로 저소득층에 편입되면서 새로운 사회적 갈등의 원인이 될 수도 있고, 그들이 밀집한 거주지역의 슬럼화 가능성 등은 항상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다.

허연회 기자/okidok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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